▲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 주가 10년새 '반토막'…정의선 연봉은 566%↑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정부가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여러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하락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사 지배구조 개편에 가장 중심에 있는 기업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와 관련 항상 언급되는 회사다. 하지만 이 기업은 약 10년 동안 주가와 수익(영업이익)이 정체돼 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정의선 회장의 승계를 위해 소액투자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모비스 2010년 이후 영업이익 정체…글로비스 700% 수직상승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출은 2배 이상 늘어났으나 수익은 오히려 뒷걸음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모비스 매출은 59조2,544억원 영업이익 2조2,953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인 2022년보다 매출은 14.16%, 영업이익은 13.26% 늘었다. 특히 매출 59조원 달성은 사상 최대 기록이다.

표면적으로 실적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영업이익)은 2010년 대비 역성장했다. 현대모비스의 2010년 매출은 22조1,440억원 영업이익 2조3,309억원이다.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되레 줄었다. 

이는 형제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글로비스와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은 15조1,269억원으로 2010년 말 매출(112조5,896억원)과 영업이익(9조1,177억원) 대비 각각 44.4% 65.9% 증가했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조8,084억원, 11조6,079억원으로 2010년 대비 각각 136.0%, 309.2%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25조6,832억, 영업이익은 1조5,540억원으로 2010년 대비 매출은 537.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700.2%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A/S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부품 단가 상승으로 2010년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했다"면서도 "지난 13년간 이어진 투자가 진행중이라서 2010년 이후 영업이익률은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의 수익이 10년 이상 정체되면서 주가도 뒷걸음쳤다. 이달 9일 종가기준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22만6,000원으로 2011년 7월 8일 고점(41만4,500원) 대비 45.47% 하락했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삼성물산을 비롯해 저평가된 지주사들의 주가가 급등했으나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동화 사업에 주력하면서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 성장이 주춤한 것은 전동화 사업의 시장 주도권을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는 시가총액(21조1,661억)을 고려하면 무거운 편이라 반등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주가와 수익은 별개로 정 회장의 연봉은 크게 올랐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이사로 등재된 2019년 이후 그의 연봉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로부터 받은 보수는 40억원이다. 2013년 말 정 회장(당시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1년 연봉이 6억원(2014년 사업보고서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6배 넘게 보수가 올랐다. 

▲ 현대모비스 매출 및 영업이익률 ⓒ 메리츠증권
▲ 현대모비스 매출 및 영업이익률 ⓒ 메리츠증권

◆현대모비스 주가 상승은 정의선 회장 상속세 부담 증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진 지분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 지분 21.3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과 같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이는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 18.26%를 보유하고 삼성물산과 차이가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승계를 포함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골자는 ▲모비스에서 모듈 및 AS부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고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 중인 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기아차에 매각 ▲지분 처분 이후 확보된 자금으로 최대주주 일가가 현대모비스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의결자문사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무산됐다. 그럼에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늘 식지 않는 ‘떡밥’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노골적으로 양사의 합병을 추진할 경우 모비스 주주들의 반발을 크게 살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글로비스에 정 회장 자신의 지분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2월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로 규정했다. 계열사로 포함되면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때문에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2년 1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매각했다. 현재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장악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 보유가 절실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7.24%, 약 1조5,324억원)을 증여(상속) 받을 경우 정의선 회장은 최소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인 기아(17.54%)를 활용한 지분 스왑을 승계 시나리오 방안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이러한 방안도 현대모비스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기본 전제로 포함됐다.

결국 어떤 시나리오를 고려해도 현대모비스의 주가 하락이 정의선 회장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는 현재도 저평가됐다. 현대모비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3배로 은행지주인 KB금융(0.54배)과 비교해도 낮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대해 “정부가 추진한 상속증여세 인하 등 상법 개정 기대감이 총선 이후 축소됐다”며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수혜주로서 주가 모멘텀은 단기적으로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은 필수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종에 대한 시장의 저평가 ▲냉랭해진 부동산금융 시장 ▲구주매출(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게다가 비상장 주식으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가치는 3년 전 대비 급락했다. 이달 8일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4만1,900원으로 3년 전(2021년 5월 10일) 주가(133만5,000원) 대비 96.8% 하락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2022년 초 주가(10만원대)와 비교해도 반토막 났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오는 2025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영업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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