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기흥 사업장. ⓒ삼성SDI
▲삼성SDI 기흥 사업장. ⓒ삼성SDI

시민단체 ‘반올림’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

이종란 활동가 “정부 차원 유해위험 정보·매뉴얼 마련해야”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이차전지 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 위험정보에 대한 연구와 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보건 매뉴얼 제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시민단체 ‘반올림’이 공개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 노동자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유해위험요인들에 크게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지난 7개월간(2023년 7월~2024년 2월) 삼성 SDI 노동자 36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면접진행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삼성SDI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무리한 교대근무, 높은 노동 강도, 유해화학물질 노출 등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에 다치고 아픈 경우가 많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각종 질환과 크고 작은 상해사고가 발생하지만 불이익 우려로 인해 산재신청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세부적으로 응답자의 29.4%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지질혈증 20.6%, 우울증은 11.8%, 고혈압은 5.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업무상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고·질병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근골격계질환’이 44.1%로 가장 많았다. 피부질환, 안과질환, 호흡기질환, 정신질환, 난청, 사고 등 다양한 산재 유형도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한 치료비를 누가 부담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업재해로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들이 업무상 다루게 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분석 결과 발암·생식독성 물질(CMR) 취급비율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DI 배터리 사업부의 발암성 물질 취급은 전체물질 중 23%나 차지했고 생식독성물질과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을 합한 함량도 23%로 상당 수준이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타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LG엔솔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증설 현장에서 파이프 폭발로 인해 40대 남성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LG엔솔은 미국 오하이오주 워렌에 합작 설립한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에서도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충북 청주 소재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11월 헝가리 이반차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으며, 공장 건설 중에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홀랜드 공장 증설은 시공사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화학물질 유출도 극소량만 있던 것으로 안다”며 “자사는 자체적인 안전보건매뉴얼을 수립해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자사는 자체적인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을 운영 중으로 이를 통해 유해성과 안전성 등을 검토해 업무 환경 개선 등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란 활동가는 “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현재까지 이차전지 노동자들을 위한 제조공정 유해위험 정보 및 작업환경관리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산업은 배터리 제조업, 소재 제조업, 재생업까지 산업 생태계를 크게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국가차원의 안전보건관리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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