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news1 
▲ 서울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news1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기업대출 드라이브

기업대출 NPL, 국민은행 8,716억원 1위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4대 시중은행이 내준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은행들에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장기간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고금리에 이자조차 변제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등 부실 전이로 인한 충격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원화대출금 잔액 규모는 총 1,233조1,5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대출 자산은 기업대출이 견인했다. 기업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616조8,25억원에서 668조3,615억원으로 8.5%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0.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2%에서 54.2%로 2%포인트 확대됐다. 사실상 기업대출을 통한 자산성장 전략을 추진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별 기업대출 증가율은 하나은행이 11.9% 늘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8%,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7.7%, 6.6% 성장했다.

◆ 기업대출 영업에 ‘드라이브’…급증한 부실채권 ‘경고등’

문제는 부실채권(NPL)이다. 조사대상 은행의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NPL)은 총 2조4,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5,064억원)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나타냈다가 지난해 증가 전환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말한다.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출을 건전성 상태에 따라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NPL채권으로 부른다.

NPL 규모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8,71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무려 73.1%(3,682억원) 급증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NPL이 5,94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1% 늘었다. NPL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지난해보다 4.3% 소폭 증가한 3,9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행의 NPL은 3.3% 감소한 5,57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전반에선 기업대출 영업을 늘리는 은행의 전략적 행보를 공감하지만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동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자금흐름은 악화하고 있다. 국내 매출액 1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기준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직전 연도인 2022년 말 대비 순유출로 전환하거나 순유출 규모가 더욱 커진 곳은 기아차(-3조4,544억원→-5조1,423억원), 현대모비스(-6,385억원→-1조 6,609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9,788억원→-8,709억원), 삼성물산(2조5,608억원→-1조1,483억원) 등 4곳이다. 이들 기업의 순유출 현금 흐름은 자금수요는 있지만 장·단기 차입금이나 사채 상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기업 10곳 중 7곳의 부채비율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업대출 비중에서 중소기업대출이 70%대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실위험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 중소기업’ 비율은 지난해 17.2%에서 올해 최대 20.1%까지 오를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유중인 채무를 상환해 순유출 현금흐름이 나타난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물가흐름 등을 살펴보면서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밝힌 상황에서 (올해도) 기업들의 자금 흐름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을 내주는 식으로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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