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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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북클로징, 대출수요 대응 차원

12월 은행채 만기 도래 ‘14조’…고금리 예·적금 만기 소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은행채 순발행 액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 제한 규정이 풀리면서 은행들의 자금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대출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수다. 여기에 더해 연내 도래할 은행채 만기물량을 소화해야 하며, 지난해 하반기에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내어 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12월 중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물량은 14조1,39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들어와서는 은행채 만기 도래 물량보다 더 많은 규모를 발행하고 있다. 월별로 보면, 8월 3조7,794억원, 9월 4조6,800억원, 10월 7조5,393억원, 11월 10조3,327억원 등으로 순발행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차환목적의 은행채 발행(만기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한 탓이다. 올해 3월부터는 월별 만기도래 물량의 125%까지만 발행을 허용하고, 지난 7월부터는 분기별 만기 도래액의 125%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후 4분기부터 발행 한도 제한을 풀었다.

기본적으로 은행채 발행 증가는 예수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행권의 지난 10월 원화예수금은 2,05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9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20조8,00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선 작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대출규모는 증가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6조8,000억원 증가한 액수다. 기업대출의 증가세도 매섭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내준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에만 60조6,414억원 늘었다.

만기가 도래하는 100조원 규모의 고금리 예·적금도 은행채 발행이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은행채 발행으로 조달 방식을 다양화 하면 예·적금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 그간 125% 한도 제한 규정에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었다. 4분기 들어서는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자금 확보 필요성에 따라 은행채가 순발행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내 만기를 맞는 은행채에 대응하기 위한 차환목적 발행도 전체 발행 규모 증가를 이끌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이 풀리면서 순발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은행채가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액이 늘어날 경우 채권금리를 높게 책정해야 물량이 소진될 수 있다”면서 “결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어서 대출수요가 있는 차주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침체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차주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기에 (은행 입장에선)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된 차주들을 관리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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