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업들이 '테크(Tech, 기술)'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로봇·드론, 식품공학 등 연구·개발(R&D) 기술을 상품·서비스에 접목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생산성·효율성·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저출산·초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대체하고 식량부족, 환경오염에 대응해 성장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SR타임스는 먹고, 소비하고, 자고, 활동하는 인간 삶의 질과 직결된 영역에서 유통기업이 활용하는 농업·푸드·리테일·슬립·C테크를 총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우리의 주요 먹거리는 곡물·과일·채소·소·닭·돼지 등 농축산물이다. 이를 생산하는 산업이 농업인 만큼 농업이 바로서지 않으면 먹거리 기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
하지만 디지털·정보화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1차 산업에 속하는 농업이 위기를 맞게 됐다. 인구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직군을 찾아 지방 농지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저출산·초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며 고된 농업을 할 일손도 부족해졌다. 기후변화와 잦은 재해에 따라 생육주기가 붕괴되면서 농업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스마트농업 시장 성장세…AI 기반 무인자동화 가속
이같은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묘수로 '농업테크'가 부상했다.
농업테크(AgriTech,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 애그리컬처)과 기술'(Technology, 테크놀로지)을 조합한 것으로 농업의 전 과정에 AI·빅데이터·IoT·로봇·드론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기술·산업을 말한다. 이 농업테크를 활용해 적은 일손으로도 농축산물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사육·수확시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농업테크 가운데 '스마트농업'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스마트농업은 생산·가공·유통에 도입된 스마트(첨단)기술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농업 국내외 시장현황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달러에서 2025년 220억달러로 성장, 연평균 9.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스마트농업 시장의 경우 2020년 2억4,000만달러에서 2025년에는 4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15.5% 성장할 것으로 봤다.
스마트농업은 크게 노지재배와 시설재배로 구분된다. 다만, 스마트농업 기술이 재배에 구분없이 적용되고 융합되는 추세다. 한 예로 로봇은 노지재배와 시설재배 가릴 것 없이 적용되고 있다.
노지재배에는 드론, 자율주행트랙터 등이 활용되고 있다. 드론은 노지를 날며 스캔을 통해 가축의 이동경로 파악하거나 병충해·과수화상병을 조기발견하고 자연재해 피해 분석·수집하는 등 90% 이상이 방제용으로 쓰인다. 자율주행트랙터는 AI가 탑재된 트랙터가 스스로 밭의 면적을 파악하고 경작한다.
시설재배에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SW), 스마트팜 등이 쓰인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유리온실·축사 등에 AI·빅데이터·IoT·로봇 등 기술을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농업인이 재배시설의 온도·습도·광량, 토양의 이산화탄소 농도, 작물·가축의 질병유무 등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PC·스마트폰을 통해 파악하며 원격으로 조종 가능하다.
스마트팜 보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팜이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것은 농업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주도 하에 지난 2013년 시행한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한다. 그 이전에는 스마트팜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고 시설자동화 연구가 진행됐다. 이후 2014년 농업진흥청·농림축산식품부 주도 ICT 융복합 기술기반 스마트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팜이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보급 현황에 따르면 시설원예 스마트팜은 2014년 누적면적 405ha에서 2020년 5,985ha로 늘었으며 축사 스마트팜 누적호수는 2014년 23호에서 2021년 4,785호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스마트팜은 농업인이 재배시설 전체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원격제어'에서 'AI 기반 무인자동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기업 시설원예 스마트팜 활용
다수의 유통기업들이 시설원예 스마트팜을 활용하고 있다. 기후영향을 덜 받아 농축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수급할 수 있고 친환경·상생경영의 일환에서다.
일차적으로 유통기업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지역농가·스타트업으로부터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과일·채소를 받아 판매한다.
지난해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편의점 CU, hy는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채소·과일을 판매하고 이를 활용한 샐러드 등을 내놨다.
나아가 매장 내에 자체적으로 스마트팜을 들이기도 한다. 풀무원은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에 '스마트팜존'을 조성해 청정공간을 구현했다. 바른먹거리 기조에 맞춰 친환경 경영의 하나로 지난해 경북 영천시와 스마트팜 확산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 하남에 있는 스마트팜에 멸종위기 수종인 파초일엽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4월 이마트 연수점에 소형 스마트팜인 '인도어팜'을 설치했다. 매장 내에 인도어팜을 두고 채소를 재배해 현장에서 바로 채소를 뽑아 판매하는 것이다.지난해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팜 환경성적인증을 취득하고 최초의 스마트팜 LCA(Life Cycle Assessment, 시스템 전 과정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관련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농심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스마트팜 수출 관련 업계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1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제1회 K푸드 플러스 수출탑 시상식에서 스마트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농사가 불가능한 사막지대인 만큼 글로벌 스마트팜 수요에 농심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한 예로, 사우디에 수출한 농심 스마트팜은 한국 품종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앞서 농심은 1995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해 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시작한 이래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고 화학비료 대신 수경재배로 이뤄져 친환경적인 '수직형 스마트팜', 200여평의 '양산형 스마트팜' 등을 신설하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CJ프레시웨이는 '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지역농가와 함께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실내가 아닌 노지에 스마트팜을 적용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22년부터 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제주 대정(마늘), 충남 서산(양파), 충북 당진·경북 의성(감자) 등의 지역농가와 함께 수확한 농산물을 전량 매입해 외식·급식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경작지에 온도·습도·일사량 등 기상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다. 또, 토양센서를 활용한 자동관수와 드론 방제·모니터링 제어시스템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료·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올해부터는 축적한 재배 데이터와 사업 노하우를 스마트농업 특화지구 육성사업을 추진 중인 보은군에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사업 투자와 R&D도 이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퍼밋에 지난 2021년 지분 투자 이후 2022년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프론티어 랩스 3기를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진주시 장애인 특화사업장에 특용작물인 새싹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구축·운영을 지원했다.
KGC인삼공사는 지구온난화로 인삼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스마트팜 시설 안정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30 스타필드 광주 설립 부지인 광주 관광휴양오락시설지구 내에 스마트팜을 조성할 계획이다.

◆스마트농업 'AI·로봇' 화두
스마트농업의 화두로 'AI·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서 공동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혁신기술개발사업'에서 개발된 핵심기술을 선뵀다. 대다수에 AI와 로봇이 핵심기술로 활용됐다.
핵심기술의 한 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작물·전력생산에 동시에 활용 가능한 '선택적 광투과 태양전지 모듈 온실 모형'과 '삼차원(3D) 식물스캔 로봇', '온실제어기술', '최적 재배환경 의사결정·복합양분관리가 가능한 스마트팜 SW'를 시연했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코봇시스(COBOTSYS)와 공동개발한 'AI 학습을 통한 자율주행·정식위치를 자동인식하는 농작업 로봇'을 선보였다.
아울러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아이티컨버젼스와 공동개발한 'AI 기반 농작물 자동생육계측장치와 생육계측 로봇'을 전시했다.
윤남규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스마트농업팀 기획·대외협력 총괄은 "인구성장률은 줄어도 총인구는 증가하고 있어 식량확보 차원에서 작물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동시에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생산인구가 줄고 있어 경험이 적어도, 일손이 많지 않아도 혼자 더 많은 면적의 농사를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로봇, 자율주행 농기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업인이 작황 시 의사결정을 할 때 질서없이 흩어진 여러 가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일반적인 통계·처리 기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데이터를 분류·분석하고 모델화하는 AI를 활용해 그 한계를 극복하고 대체하는 것"이라며 "AI 기술연구를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보여질 수 있는 성과들이 더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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