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들이 '테크(Tech, 기술)'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로봇·드론, 식품공학 등 연구·개발(R&D) 기술을 상품·서비스에 접목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생산성·효율성·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저출산·초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대체하고 식량부족, 환경오염에 대응해 성장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SR타임스는 먹고, 소비하고, 자고, 활동하는 인간 삶의 질과 직결된 영역에서 유통기업이 활용하는 농업·푸드·리테일·슬립·C테크를 총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슬립테크(SleepTech)는 '수면(Sleep)'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AI·빅데이터·IoT를 활용해 맥박·뇌파 등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환경을 조성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산업이다.

슬립테크는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를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상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수면장애는 불면증뿐 아니라 수면관련 호흡장애·기면증·하지불안증후군 등을 통칭하며,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이다.

슬립테크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북미다. 미국·캐나다에서 불안장애로 인한 불면증과 폐쇄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증가하며 슬립테크 디바이스 보급이 늘게됐다.

12일 시장조사 기관 Graphical Research에 따르면 북미의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21년 65억7,930만 달러(9조원)로 평가됐으며 2030년 174억3,320만 달러(23조원)로 연평균 17.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임메드 '솜즈(Somzz)'. ⓒ식품의약품안전처
▲에임메드 '솜즈(Somzz)'. ⓒ식품의약품안전처

​◆수면진단 앱부터 스마트 매트리스·베개, 웨어러블 기기까지

국내에서는 슬립테크 전문 스타트업을 비롯해 유통업체들이 슬립테크 앱, 웨어러블 디바이스, 매트리스·침구 등을 내놓고 있다.

슬립테크 앱은 수면상태를 체크하는 하드웨어(기계 몸체),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과 융합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받은 슬립테크는 에임메드 '솜즈(Somzz)'다.

Somzz는 불면증 개선을 위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다. 불면증 환자가 모바일 앱이 제공하는 수면 습관 교육·실시간 피드백·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Somzz는 현재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omzz를 발판삼아 불면증 뿐 아니라 ADHD, 섭식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해결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허가와 지원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슬립테크 기업인 에이슬립은 숨소리만으로 수면단계·수면 중 무호흡 여부·코골이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AI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폰으로 숨소리가 입력되기만 하면 수면 질을 체크할 수 있다. 수면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면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로 수면자의 얕은 잠 단계를 파악해 상쾌하고 활기찬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에 스마트 알람으로 깨워주는 식이다.

▲비렉스(BEREX) 스마트 매트리스. ⓒ코웨이 홈페이지
▲비렉스(BEREX) 스마트 매트리스. ⓒ코웨이 홈페이지

코웨이는 2022년 12월 매트리스·안마의자를 아우르는 브랜드 비렉스(BEREX)를 론칭하고 스마트 매트리스를 내놨다. 이 매트리스는 이른바 '살아 숨쉬는 듯한 매트리스'로 불린다. 스프링 대신 공기를 주입한 포켓 형태의 슬립셀이 내장돼 있어서다. 사용자가 슬립셀의 공기량을 스마트 컨트롤러인 리모콘·모바일 앱으로 조정하면 수면자가 수면하기에 가장 편안한 매트리스 경도를 맞출 수 있다.

비알랩은 CES 2024에서 AI 수면 솔루션이 적용된 침대 '벤자민 AI 슬립-컨트롤러 M1'를 선보였다. 이 침대는 사용자가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심박수·호흡수·심박변이율·스트레스 인덱스·자율신경 활성도 등 바이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고, 사용자의 수면단계·패턴·주기·자세 등을 분석해준다.

▲텐마인즈 '모션필로우&시스템'(왼쪽)와 모비프렌 '힐링핏'. ⓒ각 사 홈페이지
▲텐마인즈 '모션필로우&시스템'(왼쪽)와 모비프렌 '힐링핏'. ⓒ각 사 홈페이지

텐마인즈는 AI 베개인 '모션필로우&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이 베개는 수면자가 코를 골면 베개에 탑재된 AI가 소리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베개를 부풀려 고개를 돌리도록 만들어준다. 이번 CES 2024에서는 모션필로우&시스템에 수면 중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모션링'을 더한 '모션슬립'으로 스마트홈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코골이 뿐만 아니라 산소포화도 등 수면상태에 따른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며,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는 모비프렌 '힐링핏' 등이 있다. 머리에 밴드처럼 착용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전기자극을 발생시켜 숙면을 돕고 전기자극을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슬립케어 중요…시장 성장세"

슬립테크 시장 태동기는 2007년 뉴욕타임스에 처음으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잠+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다. 미국 시장의 경우 4,700여곳의 수면연구소를 중심으로 R&D가 진행되며 슬립테크 장비·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제품이 발달해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수면학회, 병원 산하 연구소, 기업체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슬립테크 연구소 한 연구원은 "슬립테크에서 화두가 되는 부분은 사용자 중심의 맞춤 수면환경 만드는 '슬립케어의 개인화'와 'AI 기술의 고도화'"라며 "사람마다 좋은 잠에 대한 기준이 다르듯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환경을 얼마나 맞춰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이런 흐름에 맞춰 슬립테크가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스마트 매트리스를 비롯해 수면 모니터링, 숙면을 돕는 조명,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슬립테크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만큼 슬립테크 시장은 지속해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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