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료 공급업체 SK케미칼 전직 임원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징역 10개월~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부정확하게 알렸고, 증거 자료를 은닉하거나 없애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부사장 등이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특별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함께 기소된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 박 전 사장 등의 일부 혐의는 무죄가 됐다.

이날 선고 공판을 방청하러 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선고가 끝난 뒤 법정 앞 복도에서 판결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나라가 공평치 못하다"며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 측에 "꼭 항소해달라"고 요청했고 검사는 판결문을 검토해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박 전 부사장은 2011년께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 및 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회사 차원의 TF팀을 만들어 이를 은폐하고자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7년 9월께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재수사 가능성이 커지자 압수수색에 대비해 SK케미칼에 불리한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 사용을 예외 없이 금지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18일 1심 결심공판에서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는 한편, 함께 기소된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에 각각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또 다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JTBC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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