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건의 잠정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700억원 가까이 빼돌리고 10년 동안 들키지 않았던 건 허술한 내부통제 탓이 크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횡령을 저지른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 전 모 씨는 지난 2019년 외부 기관 파견을 간다고 말한 뒤 1년 넘게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에서 빼돌린 돈이 이미 690억원을 넘어간 때다.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한 건데, 전 씨의 보고만 믿고 있던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야 속았단 걸 인지했다. ‘근태관리(勤怠管理)’라는 기본적인 내부통제 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횡령을 10년 동안 몰랐던 우리은행의 허술함, 비단 이것뿐이 아니다. 10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체를 담당했지만, 순환보직이나 직원을 휴가 보낸 뒤 업무 이력을 조사하는 ‘명령 휴가’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내부 결재나 외부 공문은 전산 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서위조’와 ‘도용’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였던 셈이다.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은행이 되기 위해 올바른 윤리의식과 이를 정립할 수 있는 강한 제도를 확립하자.”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밝힌 슬로건이다. 연장선상에서 우리은행은 횡령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본부부서의 모든 업무를 단위별로 세분화해 다층적인 점검을 실시했고, 준법감시실 확대·재편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왜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말로만 고객을 외치고 조직 개편과 다층적 점검에 나서면, 내부통제가 되는 것인가? 횡령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재 라인에 있던 상위 직급자가 주기적으로 확인만 했더라도 횡령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고, 담당업무를 주기적으로 교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촌극(寸劇)이다. 기업개선부(워크아웃)의 업무적 특성상 ‘전문성’을 이유로 직원 한명에게 의존했다고 변명한다면, 스스로 무능한 임직원들만 모여 있다는 것을 자인(自認)하는 셈이다.

대관절(大關節) 책임지는 ‘者(놈 자)’가 없다.

1년 간 무단결근을 한 것도, 위조와 도용을 통해 수백억을 횡령해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몰고 갈 것인가. 이원덕 현 행장은 횡령기간 동안 내부회계 관리자로서 직무를 수행해왔다. 회계 감사까진 담당하지 않았기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행장으로서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으면, 발생한 사건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물쩍 무책임하게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고객은 외면할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고 주요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에 견줘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golden time)’은 이제 끝나간다. 리더의 말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것. 이 행장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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