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 살아있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논과 집을 휩쓸고 지나갔다쌀알을 품은 벼이삭은어깨동무한 덕분에 살아남았다창틀 새시 모서리 집에는잡풀 가족이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장마철 창녕 우포늪의 나무들은목구멍까지 물이 찼다 빠지기를 반복한다비 갠 날 오후, 생기 발랄하게 찬란한 풍광은미친 비바람을 온 몸으로 견뎠기 때문이다늪에서 나온 말밤(마름)이수억 년 전 말씀을 까칠하게 전한다‘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코크라테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꾼다코크라테스가 마스크로고 설파한다 움직이면 소멸된다B.C. 시대에 이어 A.D. 시대가 가고CO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바위러스 태초에 바위가 있었다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자그때그때 표정이 바뀐다나이 든 정원사가꽃을 한 아름 안고바위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하늘과 땅 나무 사다리 타고두 팔로 기어기어이 천국 탈출에 성공개천이 흐르는 산기슭어린 용이 눈 비비며승천 길에 나선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빨간 립스틱 지구의 심장부에서 훔쳐온패랭이꽃의 빨간 립스틱그대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사랑의 입술 자국을 새기겠어요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감자와 고구마 감자는 감사다감자가 다양하듯 감사가 넘치는 데도 잘 알지 못한다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불로장생의 꿈을 꾸는 고구마붉은두더지로 환생한 뒤 한마디 한다“볼만하구마~”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가지가지 꿈 프라이팬 앞에서간절히 기도하는 감자튀기기(FRYING) 대신 날기(FLYING)모양이 가지가지가지의 직립 보행수백만 년의 진화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언택트 시대를 사는 법 언택트(Untact) 시대다딩동댕 벨을 누르지 않으면이번 여름도 속절도 없이 가버린다참외나 사랑이나 원하면 벨을 눌러라싱싱한 무, 골라 뽑아 사는 무언택트 시대를 사는 농부의 통 큰 마케팅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참회 무더위와 장마 사이의초복 즈음모자(ㅗ) 쓴 참외를 먹는다참회할 때는변명의 유혹을 죽여야 산다진실은 새가 알고 쥐가 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불로장생 살구 가지에 매달려도 살구,땅에 추락해도 살구뜯기고, 먹히고, 죽어도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나는불로장생 살구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씨 보리 시시한 일상처럼보잘것없어 보이는 작고 까만 씨가니 애비다싹수가 노랗다고 해도 흘려버려라삶은 타인의 훈수에 좌우되지 않는다싹발 투혼의 보리가 목숨을 구한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기도 고즈넉한 교외에어깨동무하고 있는 절과 교회저절로 손 모으고 기도하고 싶다잘린 나무둥치가새 생명을 키운다나무(我無), 나는 없지만 살아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삶은 줄이다 허공에 거미줄을 쳐포획한 곤충을 먹고 산다거미의 삶은 줄이다완전 변태하는 곤충의 유충은자신의 분비물로 집(cocoon)을 짓고나뭇가지에서 새 세상을 기다린다삶은 위태위태한 줄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한결같이 보든지, 안 보든지한결같아야 신뢰가 쌓인다신뢰(trust)는 자고로 귀중한 자산이다하지만 신뢰는 녹슬기(rust) 쉽다녹슬지 않도록 연습하고 훈련((training)해야 하는 이유다수백억 개 눈이 당신을 보고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빨간 맛 장미과의 빨간 맛 세 자매산딸기, 뱀딸기, 스트로베리희망 무지개의 문을 여는강렬한 첫 번째 레드 문이다‘뱀딸기 먹으면 코로 뱀 나온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코로나19 시대에 생각해 보니 가짜 뉴스다줄기가 땅 위에 뱀처럼 기어 뻗어나간다고 하여 뺌딸기다열매는 독성이 없어 먹을 수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랑으로 세상에 없던열정과 용기로 달려간다코로나처럼 보이든, 안 보이든꿈을 찾아서사랑을 향하여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날고 싶다, 뛰고 싶다 나무로 변신해 숨어 살던 새는이제 하늘로 날고 싶다격리돼 있던 샐러리맨은 신나게 뛰고 싶다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알려준바이러스야 바이바이~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웃는 개 웃는 게 아니다 내가 울 때지나가던 개가 웃는다웃는 개 웃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우는 게 우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울고 웃는 것, 그것은 인생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정상과 비정상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정상과 비정상이 싸운다서로 진짜라고 우기면서말과 설을 아름답게 푸는데 속기 쉽다산 정상에 사는 나무들을 본 적이 있는가키가 작고 가지가 많다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견뎌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