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무의 소망 ‘누구는 인삼 먹고, 누구는 무 먹고.’평등 세상 꿈꾸는 무는땅속에서 인삼을 닮는다.‘무 다리’라고 놀리지 마라.새벽이슬 밟고 오는농부의 발가락을 닮고 싶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도시 어부감성의 정원에서 그물을 던진다.감성돔은 어디 가고 홍어가 올라온다.만만한 게 홍어라지만 이게 어디냐.하늘에서 주꾸미가 쏟아진다.주꾸미 다리는 여덟 갠데누가 이미 한 달구지 꿀꺽했구나.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낯섦과 익숙함 한동안 뜸했던 동네 오솔길빙그레 바위 가는 길.반대 방향으로 돌았더니화가 만발한 낯선 얼굴이 보인다.원점 회귀해 다시 보니천년 미소가 환하다.화난 것과 환한 것,한 끗 차이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왕관의 무게 세상을 주름잡아 왕관을 쓴 자,시나브로 그 무게에주름잡히고 일그러지고.섭리에 따라 물들고 떨어진 낙엽,꼬리에 왕관을 매달고 이 풍진세상에서희희낙락 단풍놀이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모 그리고 나락 모자란다고 타박해도벼는 풋풋하게 견딘다.삼복더위에 논캉스를 즐긴다.모 자라던 들판은 어느새 황금물결고개 숙인 나락에쌀 금처럼 눈물이 한 움큼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술 권하는 사회 간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낯선 길에서 만난 ‘술퍼마켓’슬프지 않고 유쾌하다.산전수전(山戰水戰) 공중전에다바이러스 전까지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노릇노릇 익어가는 ‘산전수전’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서민들의 대화 “요즘 어떻게 삽니까?”박 씨에게 안부를 묻는다“박박 기며 삽니다.”“요즘 살만합니까?”황금 들판의 벼에게 근황을 묻는다죽지 못해 쌀지요.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벼와 코스모스 직파(直播) 벼들이 모여 사는 논에무허가로 입주해몰래 핀 코스모스무허가여서 벌을 받는지몰래 핀 죄로 벌을 받는지벌 받는데 진심인 코스모스 한 송이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한가위 마음의 고향으로달려가는달나라행 완행열차저녁 풍경 소리 들리면차오르는 저 달 보고고향 그리워 우는 줄 알아라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은밀한 사생활 속옷은 안 입어도마스크는 해야 하는 코로나19 시대속옷 입고 외출 준비하는 나무무엇을 보았는지짝짝이로 눈 뜨고 동그랗게 입 벌린놀란 나무 인간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멋진 신세계 동네 뒷산에서새 세상을 보았다물 마시는 비둘기불로장생 비닐버드천 개의 눈을 가진 자연과선한 마음이 멋진 신세계를 만든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장수 식물 명아주는 한해살이풀크게 자란 것은 2~3m로 사람보다 크다생을 마감한 명아주 대는 지팡이로 환생한다장수(長壽) 노인에게 왕이 주는 지팡이 청려장씨에서 성장한 사과나무 곁에명이 아주 질긴 명아주가 시나브로 자란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부지런하면 오히려 보지 못한다효율의 논리가 불임(不姙)을 키우 듯치커리, 미나리는 꽃이 피기 전소화되고 밭에서 정리된다보라, 치커리의 보랏빛 향기를보라, 미나리의 하얀 그리움을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몰입 꿀 빠는 벌벌 받는 코스모스주고받는 몰입의 즐거움그물에 감금된장다리 유채꽃간절하게 벌을 받는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게으를 때 보이는 것들 마늘꽃은 귀하다꽃 피기 전에 꽃줄기인마늘종을 뽑아내기 때문이다마늘을 굵게 하려는 효율의 논리다마늘종에 꽃이 피면마늘 닮은 주아(열매)가 열린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이 화강암 바위의 실틈 사이로흙수저 나무 한 그루오늘도 사선을 넘는다희망의 흰꽃송이 달고시멘트 마당의 갈라진 틈 사이로줄지어 행진하는 잡풀 가족망종과 하지 사이기세등등하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달나라 성큼 다가온 우주 시대달나라 역으로 힘차게 달려라모노레일 999새끼를 낳고 키워달나라로 돌아가는은하 철새 999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새들의 키스 바위 산에서세상을 내려다보며 노래하던새 두 마리눈이 맞았다엉거주춤 빙그르르부리부리 키스 타임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물의 일생 삽질하세 삽질하세슬근슬근 삽질하세이타행 한평생 얼굴 빙그레왕버들에게 물었다장수 비결을,‘마음을 비워라, 속을 비워라’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봄나들이 봄을 밝히던 자목련(紫木蓮)오리 새끼로 변해꼬리에 꼬리 물고 나들이 간다꽃향기에 취한 벌 한 마리해 가는 줄 모르고 꿀을 빤다‘뭐하니?’ 환청이 다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