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이미지
ⓒpixabay이미지

- 운용사 감시의무 책임까지…“5bp 받아봐야 남는것 없다”

- 수탁거부, 펀드 출시 취소 사태 속출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은행들이 사모펀드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대규모 금융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판매는 고사하고 수탁업무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챙길 수 있는 수익(수수료)보다 손실 배상액 등 피해가 생길 경우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수탁사에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 및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수탁 보수를 최대 5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통상적인 관행(2~5bp)의 최대 10배 가까이 올리는 방식으로 수탁업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수탁업무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실물을 보관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고객의 돈을 받아 투자한 유가증권을 별도기관에 맡기도록 돼 있어 수탁사를 찾지 못할 경우 펀드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수탁은행은 13곳(NH농협·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SC제일·부산·산업·HSBC·한국씨티·도이치)이다.

우선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고가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수탁사에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 및 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사모펀드 재산을 받은 수탁사도 자산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관한 법령이나 규칙 등을 잘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위반·부당행위가 있다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에 보고를 하는 의무도 진다.

이러한 사정에 금융지주 산하 시중은행들은 사모펀드 수탁서비스 업무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받고 있는 수탁보수는 2~5bp 수준이다. 통상 100bp(1%)를 웃도는 사모펀드 판매보수나 70~80bp인 운용보수에 크게 못 미친다. 사모펀드와 엮이는 순간, 금융당국의 중징계까지 받아야 하는데 그 리스크를 감당할 곳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의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규펀드가 아예 설정조차 되기 힘들어 사모펀드의 전반적인 위기로 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가 이른바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에 따른 기현상이다. 이미 판매사를 통해 고객을 모은 사모펀드 까지 수탁은행을 구할 수 없어 펀드 출시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수탁보수를 최대 50bp이상으로 올리면서 업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면적 거부보단 선별적 수탁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력구성과 감시의무를 철저히 수행하면서 내부기준을 정립한 상태에서 수탁업무를 진행하면 될 것인데, 정·관계 로비 문제까지 불거졌다고 너무 과도하게 몸서리치는 것은 투자상품 전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