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
▲효성중공업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

효성중공업, 2028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2,300억 투자’

[SRT(에스알 타임스) 안병용 기자] 국내 재계 총수들이 정부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대책을 논의하며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효성도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의 생산 능력을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미국을 현지 최대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단순히 생산라인 보강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미국 전력시장의 재편을 겨냥한 투자라는 점에서 효성의 ‘새판 짜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1일 효성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50%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미 4,900만달러(약 700억원)를 들여 생산 능력을 키우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추가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추가 증설은 2028년까지 진행된다.

멤피스 공장은 효성중공업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작업장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765킬로볼트(kV) 초고압변압기 설계와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한다. 765kV 초고압변압기는 기존 345kV나 500kV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선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노후 전력설비 교체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확충 수요가 겹쳤기 때문이다. 미국 전력 사업자들은 전체 전력 수요(약 750GW)의 약 15.5%에 해당하는 116GW 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신규 공급을 이미 확정했다. 2040년까지 추가로 309GW 규모의 전력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효성중공업의 이번 현지 생산 기반 강화에는 미국 주요 전력 사업자들이 세우고 있는 765kV 초고압 송전망 확충 계획에 빠르게 부응해 현지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대세로 떠오른 AI로 인한 전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앞서 수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에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에너지 업계 리더 등을 만난 뒤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을 늘리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을 확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재확인했다. 시장조사기관 지엠아이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이번 투자는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에서도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장할 방침이다.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유연 교류 송전 시스템(FACTS) 등이 타깃이다.

조현준 회장은 “설비와 전력의 흐름·저장, 안정성을 통합 관리하는 역량에 관련 산업의 미래가 있다”며 “북미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여 1등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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