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서해 기자] 시인 이동순이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산문집 '그간 격조했습니다: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가 최근 출간됐다. 시인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문인들과 나눈 64통의 편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근현대 한국문학의 풍경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정서적 교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김광균 김규동 김지하 등 한국 현대시의 주역들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당시 문단의 면모와 작가 개개인의 문학관을 살펴본다. 특히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의 육필 편지와 김지하 시인의 병상에서 쓴 편지는 문학사적으로도 귀한 자료다.
제2부는 유신정권과 군부독재하에서 문인들이 겪은 탄압과 검열을 편지로 기록한 내용이 담겨 있다. 황석영 작가의 옥중 편지에는 '검열필'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고 백낙청 평론가 염무웅 비평가의 편지에서는 창작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드러난다.
제3부는 안도현 도종환 김사인 등 동시대 시인들과의 일상적 안부와 문학적 고민을 담은 편지들로 구성됐다. 축하 감사 성찰이 담긴 이들 편지에는 편지라는 매체가 지닌 진정성과 따뜻함이 배어 있다.
제4부에는 생전에 교류했던 이들과의 마지막 기억이 담긴 편지들이 수록됐다. 두봉 주교, 백창일 시인 등과의 인연을 담은 편지에서는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세월이 남긴 여운이 묻어난다.
이동순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작가들이 일상 언어로 전한 문학과 삶에 대한 단상, 그리고 한 시대를 함께한 동료 문인들과의 교류를 되새긴다. 문학작품에서 드러나지 않던 문인의 내밀한 고백과 시대 정황을 엿볼 수 있는 기록으로, 편지라는 매체가 지닌 기록성과 감정의 깊이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