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유리기판. ⓒ삼성전기
▲삼성전기 유리기판. ⓒ삼성전기

AI 반도체 핵심…삼성·LG·SKC 시제품 생산 '총력'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본격적인 AI 시대 개막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고집적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유기기판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열팽창률이 낮고 평탄도가 우수한 유리기판이 AI·HPC(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패키징의 필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기·SKC·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업체가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향후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전기, SKC, LG이노텍 등이 유리기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초기 양산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기와 SKC가 고객사에 유리기판 샘플을 공급한 업체로 알려진다. 아직 상업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차세대 기판’으로서의 시장 잠재력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생산을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고객사와 유리기판 공급 협의를 진행했다. 현재 AMD, 브로드컴 등에 유리기판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소재인 '글래스 코어' 기술 확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삼성전기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글라스코어는 유리기판 내부의 중심층(코어)를 유리 소재로 대체한 기술로, 유리기판을 구성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 사이의 평탄도를 높여 회로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용 패키지의 필수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글라스코어 초기 생산 거점으로 스미토모 자회사 동우화인켐 평택사업장을 택했으며, 합작법인을 통해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이에 앞서 2026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설비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이미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하고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양산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와 R&D 보조금 1억 달러를 각각 확보했으며, 본사 차원에서도 유리기판 상업 가속화를 위한 투자 지원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에는 AMD향 품질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글로벌 고객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이노텍 또한 유리기판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중 시제품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양산은 2027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앞서 LG이노텍은 지난 3월 구미 사업장에 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기판·광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유리기판 생산을 위한 설비 반입은 완료한 상태로, 유리기판의 핵심 소재인 '글래스 코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리기판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AMD는 2028년 HPC용 반도체에 유리기판을 적용할 계획을 밝혔으며, 브로드컴 역시 신제품에 유리기판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도 유리기판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제품이 출시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수율’ 확보가 핵심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리 소재 특성상 미세 홀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레이저 공정에서의 수율 확보가 주요 과제라는 설명이다. 미세한 구멍을 뚫거나 절단하는 레이저 가공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이 확보돼야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C가 미국에서 유리기판 양산에 가장 근접한 단계에 있고, 삼성전기도 발 빠르게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유리기판은 레이저 공정 등에서의 수율 확보가 관건이라 대량 양산까지는 상당한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미세회로 구현과 열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갖지만, 초기 공정의 난이도와 수율 안정화가 가장 큰 과제”라며 “시제품 단계와 대량 양산은 전혀 다른 문제로, 기업마다 협력업체와의 기술 협업 여부나 자체 기술 확보 방향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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