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이후 6번째…황창규 연임 성공 유일
정권과 연결 고리 단절 급선무일 듯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로 KT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다만 KT는 지난 2022년 민영화 이후 6번째 대표가 바뀌는 동안 연임한 대표는 황창규 사장뿐이다. 이처럼 KT 대표는 줄곧 단명해 온 만큼 흑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KT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이사후보 추천 위원회에서 연임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KT의 이사후보 추천 위원회는 대표 이사 후보 선정 관련 전 과정을 담당하는데, 해당 위원회는 전원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통상 KT의 대표 이사는 11월부터 공모에 들어가 12월 말쯤 최종 후보를 세우고 정기 주주총회인 3월 전 선출된다. 지난 2023년 8월 취임한 김영섭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새 대표이사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 연임 포기 이유는 최근 발생한 소액결제·해킹 피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4월 전 고객 해킹 피해를 입은 유영상 SKT 대표가 최근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만큼 김 대표도 연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2002년 KT의 민영화 이후 6번째 대표이지만 전임 대표들처럼 단명했다. 20여년 동안 황창규 대표만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이석채 대표의 경우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KT의 대표이사 사장이 되고, 연임 했지만 도중에 기소돼 2015년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민단체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KT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KT 불법 소액결제·해킹 사건에 관한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 “KT의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와 관련해 이용자 10명 중 8명은 KT가 위약금 면제와 유심 교체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KT가 해킹 신고를 지연하고 일부 서버를 폐기해 피해를 키운 데다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여부는 민관 합동조사단의 발표 결과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무단 소액결제 사고의 한 원인으로 꼽힌 KT의 펨토셀 관리 문제점, 해킹 은폐 의혹과 관련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률 검토를 거쳐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김대표의 용퇴를 두고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LG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을 거쳐 LG CNS,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으며 이후 LG CNS 대표 자리에 올랐다. KT 대표 취임 이후엔 계열사 및 인력 구조조정 등 내부 개편을 단행해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전반이 크게 성장했다. 실제 KT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5.4% 늘어난 1조148억원(영업이익률 13.7%)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전년비 78.6% 증가한 7,333억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의 취임전인 2023년 2분기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8.8%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2년만에 영업이익률을 4.9%포인트 올리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해킹국감’으로 이통3사 대표들이 의원들의 사퇴 압박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며 “대표들이 해킹에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의원들의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KT를 아직까지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KT 사장은 정권과 연계돼 연임하는 경우가 드문 흑역사를 갖고 있다”라며 ”KT는 김영섭 대표까지 6대를 거치는 동안 황창규 사장만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T 대표는 욕심 없이 단임하는 게 정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만큼 정권과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