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고속 성장했던 물류센터 개발 시장이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섰다. ⓒ픽사베이
▲코로나19 시기 고속 성장했던 물류센터 개발 시장이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섰다. ⓒ픽사베이

'미착공' 사업지 속출...PF 구조 충돌 심화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코로나19 시기 고속 성장했던 물류센터 개발 시장이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섰다.

공급 과잉과 금리 부담,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한때 투자처로 각광받던 물류센터 PF 사업들이 곳곳에서 멈춰 서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충돌·수요 불확실성·자금 조달 경색 등이 동시에 불거지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업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금융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사업장은 착공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표류 상태에 놓여 있다. 물류센터 개발이 더 이상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투자'가 아니라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사가 초기 지분·채권 노출을 정리하고 사업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류센터 개발이 확대 전략이 아닌 '리스크 관리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금융사들은 사업 지연이 지속되는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에서 지분 및 여신 노출을 정리하는 재각처리에 나서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안성 양성면 미산지구 개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역 내 교통·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로 도시계획위원회·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가 연달아 보류되며 착공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시행사 안성미산피에프브이(PFV)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고, 지연이 장기화될수록 금융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출자 금융사는 추가 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보유 위험액(Exposure)을 정리하는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은 EOD(Exposure Off Decision)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당사는 관련 건에 대해 재각처리가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공급 자체도 급감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신규 공급량은 약 16만 평 규모로, 전 분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상온·저온 물류센터 모두 공실률은 지역 및 수요 확보 여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선임차 확보가 가능한 자산만이 준공 이전 거래에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자산은 준공 직후 전면 공실 상태에 놓이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공급은 줄었지만 시장의 체감 상황은 여전히 무겁다. 임차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물류센터가 공매나 경매로 매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감정가 대비 절반으로 가격을 낮춰도 낙찰자를 찾지 못하는 물건이 늘고 있다. 성남 분당 야탑동, 인천 원창동, 부산 송정 등 주요 권역에서 완공 후 '공실→연체→기한이익상실(EOD)→공매' 순으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침체 사이클이 재현되고 있다.

심지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채 계획만 남아 있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 중 상당수가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PF 대출 경색과 공사비 상승이 겹치며 시행·운용·대주단 간 이해 충돌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공실 증가와 거래 위축 속에서 물류센터는 과거처럼 '안정적 수익을 내는 성장형 자산'으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빌스 코리아의 2025년 리서치에서는 "개발원가 상승과 PF 조달 부담으로 인해 2025년에도 신규 공급은 올해 대비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 1만~3만 평 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공급이 이어지기 때문에, 자산 규모와 입지에 따라 공실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리서치에서는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착공 단계에서 멈춰 있는 사업지가 여전히 많아 실제 공급량은 추정치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며 "반면 상위 물류 기업들의 자동화·스마트풀필먼트 수요는 완만하게 늘고 있어 올해를 기점으로 공실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축 상온 물류센터는 임대 안정화 지연으로 명목 임대료 할인보다는 렌트프리·Fit-out 지원 등 인센티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저온 물류센터는 공실 부담이 더 커 명목 임대료 자체의 하락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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