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0년 만에 '사법리스크' 벗어…'4만전자' 위기서 10만전자 달성까지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진 가운데, 이 회장의 미래 성장 산업 행보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취임 3주년 별도 기념행사나 메시지 없이 평소처럼 일정을 소화하며 조용히 업무를 이어갔다. 2022년 10월 27일 회장직에 오른 당시에도 취임사 없이 곧바로 집무에 들어갔고, 지난 24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에서도 별도의 경영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조용한 행보 속에서도 지난 3년간 그는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글로벌 리더십을 다져왔다.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뉴삼성’을 향한 체질 개선과 미래 사업 투자에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아쉬운 성적을 냈던 반도체 부문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함께, 삼성전자 주가도 이날 '10만전자'를 달성했다. 27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전날보다 3.04% 오른 10만1,8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4만9,900원에서 약 104% 증가했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33년 만에 글로벌 D램 1위 자리를 내주며 시장 주도권을 뺏겼다. 양 사의 점유율 격차는 2% 였으나 2분기에는 6%까지 벌어졌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늦어지면서 인공지능(AI) 붐의 파고를 온전히 타지 못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2분기 전 세계 HBM 시장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점유율이 15%까지 하락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7%에서 64%까지 늘어나며 시장을 선도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21세기를 주도하던 글로벌 30대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사라졌는데 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는 발언은 내부 혁신을 상징하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초격차 복원과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신사업 확장 등 다방면에서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이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어떤 ‘뉴삼성’ 청사진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는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노태문 사장이 정식 부문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각각 점쳐진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도 거론된다. 2019년 10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현재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이에 내년 3월 예정된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가 점쳐진다. 이에 대해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책임경영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데 다수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삼성 내 컨트롤타워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결탁된 조직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CEO 서밋 참석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황 CEO는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핵심 인사인 만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삼성전자 이 회장과 만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내년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인 차세대 HBM4 공급 협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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