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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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김남규 기자] 올해 2분기 한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와 운송장비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고, 석유화학과 기계·전기전자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6000여 곳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지난 1분기 2.4%에서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기업 매출 증가율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2023년 4분기(-1.3%)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1분기 2.8%에서 2분기 -1.7%로 급락했다. 석유화학은 -1.9%에서 -7.8%로 낙폭을 키웠다. 유가 하락과 설비 가동률 저하로 수출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기계·전기전자는 5.9%에서 2.2%로 둔화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덕에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20%대 고성장에 따른 기저 부담이 작용했다.

비제조업 매출도 1분기 1.9%에서 2분기 0.3%로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도소매업은 철강 트레이딩과 에너지 관련 수입 감소로 5.0%에서 2.0%로 둔화했고, 운수업은 운임 하락과 소액 면세 폐지 등으로 5.6%에서 -0.5%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출 부진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전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2%에서 5.1%로 1.1%포인트 떨어졌고, 세전순이익률도 6.7%에서 5.3%로 낮아졌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7.1%에서 5.1%로 하락했다. 자동차·운송장비는 트럼프 관세와 판촉 경쟁으로 7.6%에서 2.7%로 급락했고, 기계·전기전자는 재고자산평가손실 인식으로 10.2%에서 7.4%로 떨어졌다. 반면 전기가스업은 연료가격 안정으로 3.2%에서 5.0%로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수익성 악화가 뚜렷했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6.6%에서 5.1%로 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전문 서비스업 중심으로 4.4%에서 5.0%로 소폭 개선됐다.

안정성 지표는 혼재됐다. 부채비율은 89.8%로 전분기와 비슷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25.0%에서 26.6%로 상승하며 2015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차입금의존도도 19.9%에서 22.1%로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감기업의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수익성도 하락하는 추세로, 향후 기업 재무구조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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