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서해 기자] 도서출판 들녘이 철학 에세이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를 최근 출간했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좌절, 복잡한 감정들을 수영과 철학을 통해 극복해가는 600일간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몸을 움직이며 사유하는 ‘삶의 철학’을 제시한다.
저자 정강민은 인문·철학 강사이자 작가로, 삶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탐구해 왔다. 이번 책은 물리적 고립의 공간인 수영장을 통해 정신적 훈련의 장으로 삼아낸 독창적인 시도다.
처음 수영을 배우며 “숨 쉬는 법부터 다시 익혀야 했다”는 저자는 물속에서 완전히 몰입한 순간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고백한다. 외부 사건을 걱정하지 않고, 오직 지금 내 선택과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메시지는 수영장에서의 경험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스토아 철학은 감정의 동요를 멈추고 내면의 평정을 유지하는 삶을 권한다. 저자는 그 철학을 말로만이 아니라 물속에서 몸으로 실천해 나간다. 아침 5시 새벽, 이불을 걷어내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부터 시작되는 일상의 훈련, “파이팅!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끝나는 강습까지, 매일을 단단히 살아내는 과정을 통해 철학은 관념이 아닌 생활로 자리 잡는다.
책 속에는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의 문장들이 수영장의 수면 위로 조용히 떠오른다. “그 일이 어려워 보여 감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라는 세네카의 말은, 저자가 수영을 통해 실감한 교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수영을 배우는 초심자의 기록이자, 인생의 파도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철학 안내서다. 수영장이 삶의 축소판이라면, 수영은 평정과 회복을 위한 훈련이 된다. 일상의 무게가 버거운 이들에게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잠시 물속으로 들어가보라. 그리고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려보라”는 저자의 권유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