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세 부담·마련에 승계 어려움 겪을 가능성 거론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청호나이스 창업주 정휘동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인해 오너 2세 승계 부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상속세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지배구조 체제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
28일 청호나이스에 따르면 정 회장이 지난 6월 12일 별세한 이후 부인 이경은 박사가 지난 8월 20일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 회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와 부학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제는 이 회장이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 회장의 아들 정씨 역시 청호나이스에 적을 두고 있지 않아 오너 승계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분 구조를 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 회장은 보통주 156만509주(75.10%)를 보유했고, 동생 정휘철 부회장이 17만 주(8.18%), 마이크로필터가 26만9,850주(12.99%)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필터의 지분은 정 회장이 4만8,000주(80%), 이 신임 회장이 1만2,000주(20%)를 들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은 단연 상속세다. 지난 2022년 미국 정수기 업체 컬리건이 청호나이스 지분 인수를 검토했을 당시 자문사였던 김앤장은 지분 100% 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또 동종업계 코웨이와 비교해보면 지난해 청호나이스 매출은 코웨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웨이 시가총액이 약 7조 원임을 감안하면 청호나이스 시총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청호나이스의 시총을 7,000억~8,000억원으로 볼 때 고 정 회장이 보유한 약 70% 지분 가치는 5,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상속받으려면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적용해 약 2,0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 부담이 매우 큰 셈이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되거나 경영난을 겪게 된 사례도 있다. 밀폐용기 대표업체였던 락앤락은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가 매각된 이후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결국 자진 상장폐지로 이어졌다. 또,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였던 쓰리세븐 역시 상속문제로 매각된 경우다.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별세하자 유가족과 임직원들은 상속세 150억원을 감당할 수 없어 제약업체 중외홀딩스에 지분을 팔고, 이듬해 쓰리세븐을 다시 김형규 회장의 사위인 김상묵 현 회장이 설립한 티에이치홀딩스에 매각했으나 회사 매출을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국내 오너가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상속세 분할납부, 또는 조건을 충족한 상속세 납부유예,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극복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할 때 기관투자자나 사모펀드에 매각을 추진할 시에는 그들이 실제 매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분이어야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비상장주식의 거래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외부 세력의 개입에 따른 경영권 공격 가능성은 낮아, 이 때문에 승계 어려움과 위기를 겪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하려 해도 비상장사 특성상 거래가 쉽지 않다.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아 매수자와 협상 과정에서 상속인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매수자들은 보통 동일 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나 NAV(순자산가치) 대비 20~50% 할인된 밸류에이션을 요구한다.
또한 사모펀드가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매수할 경우 3~5년 내 IPO(기업공개)를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계약 조건과 관련해 양 측의 입장 차가 커질 경우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비슷한 사례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공방이 있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 2대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 지분 24%를 매각하려 했고 이를 어피니티가 약 1.2조 원에 인수했다. 계약에는 3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약속한 기한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8년 어피니티는 총 2.1조 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고 이를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오너 2세 승계와 관련해 논의된 바는 없으며, 상속세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