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희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tvN을 통해 공개되는 시리즈 '버터플라이'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주역인 대니얼 대 킴, 레이나 하디스티, 김지훈, 김태희, 션 리차드 배우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버터플라이'는 베일에 싸인 전직 미 정보요원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과 그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현직 요원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데이비드 정 역의 대니얼 대 킴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많은 커리어를 쌓았지만, 한국에 일하는 것이 저의 꿈이자 또 목표였다. 동경해왔던 배우들과 함께한 다시없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총괄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그는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창작 과정의 여러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대니얼 대 킴은 "원작에서 아시안이 아니었던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바꾸는 작업이 가능했던 것도 총괄 제작자 권한 덕분이었다"며 "교포로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아온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으며, 한국인도 미국인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간극과 언어의 뉘앙스까지도 담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 성을 '정'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 "한국에는 '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작품이 가족과 관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성을 정으로 택했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이러한 비전을 완성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뜻깊었다"며 "오랫동안 팬으로서 존경해 온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레베카 역의 레이나 하디스티는 "여러 뿌리를 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이번 작품의 캐릭터에 강하게 끌렸다. 재미있으면서도 흥미롭고, 동시에 본인만의 아픔과 고통을 지니고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명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냉정한 킬러처럼 보이는 다층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풍부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모든 배우가 꿈꾸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희 "영어 발음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연기 집중"
김은주 역의 김태희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일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뉴욕 프리미어를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한국 분들이 덕분에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스토리에 완전히 빠져들어 단숨에 6부까지 읽어 내려갔다"며 "은주는 사실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제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여성을 연기하면서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너무나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건 역의 김지훈은 이번 드라마 속 캐릭터의 특성을 두고 "대사가 사실 많지는 않다. 과묵한 킬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이루어진 대사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원어민 선생님과 정말 많은 반복 연습을 거쳤다"며 작품을 준비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작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대니얼 대 킴의 한국어 연기를 꼽았다. 그는 "1화부터 6화까지 보면서 느낀 또 다른 묘미 중 하나가 대니얼 형님의 한국말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점이었다"며 "처음에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어서 귀엽게 다가왔는데, 뒤로 갈수록 안정적인 발음과 표현 덕분에 점점 더 멋있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그 귀여움이 사라져 조금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어 대본 연기와 관련해 김태희는 "ADR(후시 녹음)을 굉장히 많이 할 줄 알았다. 다시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줄 알았는데 거의 안 했다. 정말 리얼하게 현장감을 중시한 작품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감정 연기와 관련해서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모든 발음이나 억양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순간 은주가 느끼는 감정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홀리스 역의 션 리차드는 "재미교포 배우로서 15년 전 한국에서 데뷔했다. 처음으로 출연한 미국 드라마를 통해 오랜만에 한국 시청자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홀리스라는 인물을 준비하기 위해 CIA 훈련 방식을 따로 공부했다고 밝혔다. 션 리차드는 "홀리스는 현장에서 총을 쏘거나 직접적으로 싸우는 인물이 아니다. 대신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고, 또 어떻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며 "실제 CIA 훈련법과 심리 기법들을 연구하면서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대니얼 대 킴은 이번 작품에 대해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것,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혼혈 아시안으로 살아가는 것에서 비롯되는 여러 경험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인공은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돌아가지만, 정작 그들이 자신과는 같지 않다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곧 제 삶을 반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제 마음을 떠난 적이 없다. 언제나 제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였다"며 "주변 교포 친구들 역시 한국에 다시 돌아오거나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곤 한다. 이런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한국 음식, 뷰티, 드라마, 케이팝 등 한국적인 부분들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불과 5~10년 전만 하더라도 스튜디오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맡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현재라서 가능한 작품이었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니얼 대 킴은 어린 시절의 특별한 기억을 전하며 한국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침대 머리맡에 태극기를 액자에 넣어 걸어두었었다. 당시 부모님이 왜 태극기를 걸어두었냐고 물으셨지만, 저 역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저의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고 밝히며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뿌리 깊은 자신의 한국 정체성을 강조했다.

김태희는 “사랑에 빠진 남자가 전직 스파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을 겪지만, 은주라는 인물 자체는 지극히 보통 여성이다. 관객분들이 은주라는 여성에게 공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에서는 캐릭터와 어울리더라도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는 의상과 헤어의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모든 걸 팀에 맡기고 작품의 톤에 맞췄다"며 "꾸미지 않고 세팅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시청자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니얼 대 킴은 김태희 배우가 연기한 은주에 대해 "평범한 한국 여성이라고 설명했지만,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버터플라이'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은주 역시 액션과 싸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캐릭터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레이나 배우에 대해서는 "본인 캐릭터를 깊이 공부하고 그 역사까지 이해한 채 작품에 임했다"고 칭찬하며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치밀하게 준비하며 입체적으로 완성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들이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관심을 기울였고 그러한 배우들의 애정어린 몰입이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했다"고 말했다.

◆ 대니얼 대 킴 "한국은 이 작품에서 또 하나의 캐릭터"
그는 이 작품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 "한국은 언제나 이 작품의 DNA 속에 살아 있을 것"이라며, "말하자면 한국이 작품 속에서 또 하나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몇 개의 시즌이 나오더라도 한국은 작품의 중심부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시청자 반응에 대해서는 "사실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 이런 세팅으로 만들어졌을 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금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다"며 "한국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는 지금으로서는 감을 잡기 어렵다. 제가 한국에 살지 않고 한국인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다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겸손, 존중감, 사랑을 불어넣은 것이 제가 기여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니얼 대 킴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비슷한 시도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여러 프로덕션도 한국을 염두에 두고 협업하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전 세계 공동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바람은, 시청자분들이 이 작품을 단순히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시청 후 '이 프로그램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내한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