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LG, 프리미엄 전략 속 미국서 존재감 발휘
중국선 온오프라인 점유율 미미한 수준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K-냉장고가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반면 중국에선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는 가전 빅2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가장 많이 연구개발(R&D)에 힘쓴 분야 중 하나인 만큼 중국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11일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GTA)에 따르면 미국의 2024년 냉장고 수입액은 56억4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로 한국은 전체 수입액의 23%를 차지, 멕시코(52%)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와이파이 연결 기능과 터치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가정용 스마트 기기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명 패밀리 허브 기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이 수입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
미국 냉장고 시장은 글로벌 가전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장으로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는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월풀, 삼성전자 등이 포진해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1%로 1위를 차지했고, LG전자(20.7%), GE(15.2%), 월풀(13.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시장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비스포크AI' 냉장고를 통해 스마트홈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인버터 기술과 독자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양사가 경쟁 우위를 점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시장에선 양사 모두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시기관 오웨이 클라우드 네트워크(AVC)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냉장고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비 4.9% 늘어난 4,019만대를 기록했고, 판매액도 전년비 7.6% 증가한 1,434억위안(약 27조 8,000억원)을 달성했다.
국가 보조금 정책 시행과 함께 제품 외관을 중요시하는 소비 수요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방 찬장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빌트인 냉장고가 인테리어의 통일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또한 식품 저장 수요 증가로 대용량 냉장고 시장이 급성장한 데다 소비자들이 공간 효율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며 용량이 크고 냉동실 비율이 높은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다만 늘어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소수 대형 업체에 집중됐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하이얼, 메이디, 롱성 등 상위 3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하이얼이 판매 네트워크와 브랜드 우위를 바탕으로 절대적인 선두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외국 브랜드 중에선 지멘스,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톱10에 랭크됐다.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점유율이 각각 30위(0.08%), 19위(0.38%), LG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점유율 38위(0.04%), 27위(0.07%)로 미미한 수준이다.
AVC는 2025년 냉장고 판매량은 전년보다 줄어드는 대신 매출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했는데 프리미엄화는 시장 성장의 새로운 핵심 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의 부진을 씻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냉장고는 이미 단순한 '신선 유지 도구' 이상으로 진화해 '정확도', '효율성', '스마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가전제품 소비 업그레이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 및 스마트화는 필연적인 추세이며 중국 브랜드의 가성비 전략에 맞서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애국주의와 함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로컬 브랜드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 가전 전시회(AWE)에서 선보인 바와 같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AI 홈 경험을 제시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로컬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