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김남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하는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통화정책 포럼에서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카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참석한 토론에서 나온 것으로, 이날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뿐 아니라 국내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지금 한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매우 뜨거운 이슈”라며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서 핀테크 등이 정부에 비은행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를 식별하고 고객 인증(KYC)을 준수하며, 이상 거래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내로우 뱅킹(대출 없이 지급기능만 수행하는 은행) 문제도 있지만,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정부와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통화 정책은 한은의 본업이라며, 한국 정부가 논의 중인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이며, 한은의 본업이다”며 “다른 기관이 (규제 등 정책을) 정하게 남겨두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 기능을 가지는데, 만일 감독 부실로 발행 회사가 부도나거나 사고가 터지면 화폐 지급결제시스템 신뢰도가 한꺼번에 떨어진다”며 “해외자산과의 스왑이 편해 자본규제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도 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혁신 가능성을 보면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한은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