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세부 로드맵 공유하자"…현대차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

[SR(에스알)타임스 신숙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분을 확보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이익을 위한 추가 조치'를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4일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 보통주 미화 10억달러(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 스스로 지분 총액이 1조원이라고 소개했을 뿐 구체적인 지분율은 알려져 있지 않다.
3일 종가 기준 현대차 3사의 시가총액은 73조5천억원 가량 된다. 엘리엇이 1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분율은 1.36% 정도다.
엘리엇이 공개적으로 추가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4개를 완전히 끊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 관련 비용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완전히 해소된다. 지분거래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대주주, 현대모비스, 완성차, 개별 사업군 등으로 단순화된다.
당시 공정위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엘리엇은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증권 및 관련업계에서도 이번 개편안 발표에서 오너의 그룹 청사진 제시와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 및 배당 정책 관련 언급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은 낮지만 '주주 가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분할에 반대할 경우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동조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차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48% 가량 된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엣의 추가조치 요청 내용이 보도된 직후 "향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다음달 2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주부터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의 타당성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해외 IR(기업설명회)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으로 현대모비스는 첨단기술과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그룹 '지배기업'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로부터 받은 모듈·AS사업으로 공유차 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