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현장 두루 경험 전문가…세미텍 확장 병행할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한화비전이 최근 김기철 전 한화 전략기획실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 체질 개선과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 경영진단팀 출신으로 그룹 내 ‘운영 전략가’로 평가받는 인물이 수장에 오른 만큼 향후 조직 운영 방향성과 사업 전개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1995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진단팀을 거쳐 한화비전 미주법인장과 영업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전략과 기획 역량은 물론, 현장과 영업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꼽힌다.
한화비전은 광학 기술, SoC(시스템 온 칩) 칩셋, AI 기반 영상 분석, 사이버보안 등 영상보안 관련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영상보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과 베트남의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기준으로 5위, 북미에서는 3위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북미 지역은 김 대표가 5년간 법인장으로 재직하며 기반을 다진 핵심 시장이다. 현지 시장 개척과 네트워크 확장을 주도하며 현재의 북미 중심 사업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김기철 대표는 지금의 북미 중심 사업 체제를 구축한 핵심 인물”이라며 “제조·리테일 등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팩’을 비롯해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첨단 보안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비전은 전체 매출의 84%를 수출에서 거두고 있을 만큼, 글로벌 시장이 핵심 수익원이다. 이에 따라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각 지역 특성에 맞춘 파트너십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중심 전략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자사의 현지 고객 맞춤 전략은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과 성능을 중시하는 전략”이라며 “코로나 시기에도 자체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적기에 제품을 공급해 고객 신뢰를 확보했으며, 당시 확보한 고객 기반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화질 영상과 지능형 감시 기능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맞춰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AI·클라우드 기반 보안 솔루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도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세미텍도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용 TC본더 장비 계약을 체결하며 약 42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그간 해당 분야는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해 온 시장이지만, 한화세미텍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한화세미텍 대표직도 겸임하며 공정 자동화 기술 확보와 장비 기술 고도화를 통해 관련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을 포함한 6개 계열사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다. 최근 반도체 장비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의 사업 전략 수립과 대외 협력 구상 등에 일부 관여하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그룹의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 흐름 속에서 김 부사장이 향후 한화비전의 기술 사업 확대나 글로벌 전략 구상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한화세미텍의 TC본더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고객사 대상 제품 경쟁력 설명 등 현장에서 직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로서 양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