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거더 공법, 2016년·2017년 건설현장 채택 실적 많아
전문가들 "시공과정서 생긴 오류나 설비 문제 가능성"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지난 25일 구조물 붕괴로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이하 안성 고속도로) 현장에 적용된 ‘DR거더(Girder) 런칭 가설 공법’(이하 DR거더 공법)이다. 이 공법은 특정공법 심의 당시 가장 많이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성 고속도로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고, 발주처는 한국도로공사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6일 DR거더 공법이 적용된 3개 현장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던 만큼 이미 시공이 완료된 현장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법 자체의 안전성을 문제삼기 보다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에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28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안성 고속도로 공사에 적용된 DR거더 공법은 2009년 신기술로 지정된 공법이다.
거더는 다리 상판을 지지하기 위해 교각 위에 까는 일종의 대들보다. 이 거더를 제작하는 데 활용되는 공법이 DR거더이며 만든 거더를 특수 장비인 런처를 통해 교각 이에 설치하는 것이 런칭가설 공법이다. 런칭이란 구조물을 밀어서 연결하는 과정이다.
안성 고속도로 사고를 구체적으로 보면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현장에서 거더 설치를 마친 런칭 가설기가 철수하는 과정에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넘어갔다. 이에 상부 구조물이 차례로 붕괴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방 국토관리청에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을 사용한 공사현장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전파했다. 안전성 검증을 거친 후 재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고가 런처가 철수하면서 발생한 만큼 공법 자체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공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DR거더 공법이 과거 최다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도 알려져 기존 시공 교량에 대한 안전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DR거더 공법은 안성 고속도로 54개 교량에 적용된 특정공법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이 적용됐다. 총 11개 공구의 건설되는 80개 교량 중 특정공법이 적용되는 곳은 54개로 이 중 5공구 승천천교·동천안JCT R-D교·R-FI교와 7RHDRN 입장2교·3교, 오송지선 오송1교 등 6곳에 DR거더 공법이 적용됐다.
2016년과 2017년에도 DR거더 공법은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고속도로 교량형식 특정공법 심의결과 총 11건이 채택됐다. 이어 2017년에도 최다 실적을 올린 건설신기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의 심포2교·3교 ▲종야교 ▲새만금IC램프교 ▲상관JTC 램프 A·B교 6개 교량 ▲시화JTC 램프교 접속부 4개 교량 ▲김포∼파주 고속도로 공릉천교 1개 교량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에 적용된 DR거더 공법 자체 문제보단 시공과정에서 생긴 오류나 설비 문제 등으로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R거더 공법으로 이미 시공된 구조물 안전성까지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병수 경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DR거더 공법과 비슷한 종류의 공법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사고는 이동식 철골 빔이 무게 중심을 잃어버리면서 거더를 친 충격으로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거더의 문제가 있다기 보단 그 위 이동식 빔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명확한 사고원인이 파악되기 위해선 규정된 절차의 준수, 하중 계산, 부품의 안전성 등에서 잘못된 부분이 없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해봐야 사고 원인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대학교 한 토목공학과 교수도 “공법 자체는 신기술 등록과 특허 등 과정을 거치고 과거 시공된 다른 현장에도 여러번 적용되면서 이미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수차례 이뤄졌고, 공법 적용을 위한 구조 계산 시에도 상세한 검증을 거치게 된다”며 “공법 자체의 안전성 측면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미 시공된 현장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세한 오차로도 편심하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전율도 모두 계산됐을 것이고 같은 공법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마다 장비별 길이, 중량, 사용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원인을 특정하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건설사 한 전문가 역시 "비슷한 공법으로 시공된 현장은 과거부터 다수 누적돼있는데 이는 그만큼 검증을 거쳤다는 근거가 된다. 단순히 공법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사고가 재발해선 안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만으로 사고원인에 대해 논하기보다 현장에서의 안좋은 관행은 없었는지, 기술적인 문제인지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실질적이고 명확한 원인 파악이 재발 방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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