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에서 3세로의 경영승계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멀지만, 향후 10년 내 오너 3세들이 우리 경제를 주도할 리더로서 설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오너일가의 경영승계는 회사이익과 주주가치 제고보다 '가족승계'에 초점을 맞춰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경영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높은 상속·증여세율이 적용되는데, 이 점이 편법적인 승계를 부추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SR타임스는 승계를 앞둔 기업들을 보고 오너일가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허진수 SPC그룹 사장(사진 왼쪽)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SPC그룹
▲허진수 SPC그룹 사장(사진 왼쪽)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SPC그룹

오너 3세 허진수·허희수 형제 지분 비등…승계구도, 사업 역량 달렸나

재계 "사업 역량뿐 아니라 회장의 선택도 중요…예단하긴 어려워"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SPC그룹의 오너 2세 허영인 회장의 장·차남인 오너 3세 허진수 사장, 허희수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에 관심이 쏠린다.

허 형제들은 타기업 오너 3세보단 연륜이 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고 임원인 데다 각자 사업도 적극적으로 돌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경영구도가 지배구조에 잘 안착될 수 있을 지에 보다 주목된다.

허 형제들은 보유한 지배기업 지분이 비등해서 향후 경영승계 구도와 관련해 허 형제들의 사업역량에 따라 허 회장이 판단해 승계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재계는 도맡은 사업 역량에 따른 실적도 중요하지만 재벌경영은 통상 오너(회장)가 경영승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사업 실적만 가지고 경영승계 구도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의 2023년 기준 주주는 허영인(63.31%), 허진수(20.33%), 허희수(12.82%) 및 이미향(3.54%)으로 구성돼 있다.

형제들이 보유한 파리크라상 지분율은 비등한 편이다. 파리크라상은 상장사인 SPC삼립을 종속기업으로 둔 지배기업이자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다.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율 현황을 보면 파리크라상 40.66%, 허회장 4.64% 허진수 16.31%, 허희수 11.94%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립 지분 역시 10% 이상 보유한 주주이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이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보유 지분에 따라 그룹 사업에 관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오너 3세들이다.

두 형제의 보유 지분이 비등하다보니 경영승계 구도 향방은 결국 형제들의 사업 역량과 실적 퍼포먼스 등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나이차도 1살차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SPC그룹 사장(77년생, 만 48세)은 SPC그룹의 상장사인 SPC삼립의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의 사장이다.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78년생, 만 47세)은 현재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전략총괄임원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현재 큰 틀에서 허진수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허희수 부사장이 국내 외식 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각자 맡은 사업을 칼 자르듯 이분화시킬 수 없는 이유는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모두에게 '글로벌' 사업이 중요한 상황이다. SPC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다.

한동안 허 회장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SPC그룹의 사업과 관련해 우려가 컸던 부분으로 회자된 것이 바로 글로벌 사업이었다.

​이유는 그동안 허 회장이 글로벌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 강조해왔기 때문에서다.

​허 회장은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을 제3의 글로벌 성장축으로 보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가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매장 진출할 때 직접 현지에서 진두지휘했고 말레이시아 할랄 공장 건립, 동남아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것도 모두 허 회장의 비전과 투자였다.

즉 글로벌 사업은 허 회장의 숙원 사업인 것이다.

이에 허진수 사장은 글로벌 사업에 일찌감치 따라 붙었다. 허진수 사장은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2005년 상무로 SPC그룹에 입사해 연구개발과 글로벌 전략 담당 부서에서 일해왔다. 이후 2015년 SPC그룹 부사장직에 올랐고 2022년 1월 1일부로 SPC그룹 파리크라상 사장 승진했다.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2019년 3월 중국에 SPC톈진공장 준공, 4월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허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부친 허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허 회장이 다녔던 미국제빵학교에서 정규과정을 수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 파리크라상 실적을 보면 2023년 매출 5조5,551억원으로 2022년 매출 5조3,095억원보다 증가했고, 2023년 영업이익 687억원으로 2022년 영업이익 464억원보다 늘었다.

성장세인 가운데 파리바게뜨는 지속적으로 글로벌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완공될 할랄전용공장, 지난해 맺은 중동지역 국가 진출을 위한 MOU를 바탕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기존 진출 지역인 범 이슬람 국가 인니·말레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중동 국가 내 할랄시장을 향한 성장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도 추진 중에 있다.

그룹에서 힘을 실고 있는 굵직한 사업이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인 것이다. 이를 장남 허진수 사장이 전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와 비교해 허희수 부사장은 국내를 중심으로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외식 사업을 맡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2016년 미국 뉴욕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을 국내로 들여왔고 같은 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희수 부사장은 비알코리아 등으로 국내 사업을 다지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배스킨라빈스, 던킨 리뉴얼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최근 배달플랫폼 사업 등을 전개하는 ICT 계열사 섹타나인 경영으로 사업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비알코리아 실적을 보면 2023년 매출액 7065억원, 2022년 매출액 7916억원보다 줄었으며 2023년 영업손실 290억원으로 2022년 영업이익 338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때문에 허진수 부사장에게는 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수익개선의 과제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내수 시장의 경우 소비 침체에 원재료 가격, 임대비 등 경영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경영효율을 위한 역량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허진수 사장, 허희수 부사장의 사업 전개를 확정지어 구분하긴 어렵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한 주주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그룹 사업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향후 사업 전개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혹여 지분이 비등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우려도 나올 만큼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승계는 장자승계원칙이나 사업역량 검증 등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 재벌경영은 아버지(회장) 마음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무척이나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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