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국회 농해수위 업무보고 강호동 회장 출석
강 회장 “셀프연임, 농협법 개정 추진 없을 것”
“농해수위 업무보고 답변과 다른 조직적 움직임”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농협중앙회가 지난 8월부터 ‘농정협력위원회(이하 농정협위)’라는 내부 조직을 만들고 농협법 개정 추진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직 구성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있는 단위농·축협 조합장들이라는 점에서 입법 로비 움직임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농해수위 의원과 친분을 쌓고 농협이 추진하는 안건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 추진을 안건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중앙회 기획실 주도의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7월 열린 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 현직으로서 셀프연임이나 이와 관련된 농협법 개정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1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해 농정협위라는 내부 조직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부 조직은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주도로 매월 회의를 진행한다.
해당 조직의 구성원을 보면 경기권과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제주 등 농해수위 의원들의 지역구에 있는 단위농·축협 조합장들이 속해 있다.

구체적으로 ▲김영구 충남 우강농협 조합장 ▲김광식 김제원예농협 조합장 ▲이춘항 전남 보성축협 조합장 ▲강성방 제주 대정농협 조합장 ▲노은준 전남 무안농협 조합장 ▲김상중 경기 발안농협 조합장 ▲이대건 정읍원예농협 조합장 ▲이계필 경기 안중농협 조합장 ▲정지태 충북 감곡농협 조합장 ▲박헌영 여수농협 조합장 ▲조용일 경북 금성농협 조합장 ▲이종덕 경북 왜관농협 조합장 ▲이칠구 경기 금사농협 조합장 ▲박순태 남보은농협 조합장 ▲김정만 경남 용현농협 조합장 ▲성영근 경북 영천농협 조합장 ▲최원규 강원 속초농협 조합장 ▲김금철 서부산농협 조합장 ▲노종진 전남 능주농협 조합장이 이름을 올렸다.
본지가 입수한 회의 문건을 보면 이달에는 국정감사 수감계획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 추진 사안이 핵심 안건으로 담겼다.
문건은 농협중앙회 기획실 주도로 작성됐다. 주요 이슈를 농정협위 조합장들과 공유하고자 언론사별 부정보도 헤드라인 리스트를 만들고 농해수위 의원과의 연관성을 표로 만들어 설명했다. 또 농해수위 의원실의 관심 추진사항을 설명하고 있는데 ▲보좌진 의견 ▲의원실 요구자료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농해수위 의원들의 공통 관심사항을 금융사고(내부통제)와 상호금융 여신건전성, 쌀 소비촉진 계획 및 효과라고 강조했다.
◆ 현직 회장 ‘연임’ 핵심과제
심각한 내용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추진 안건이다. 21대 국회에서 최종 폐기된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을 재차 추진하면서, 연임할 경우 경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건은 회장이 연임할 경우 농협중앙회 사업단절 및 경영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 전략 수립과 사업추진의 기반 마련에 회장 연임이 필수적 요소라는 취지다. 농협중앙회가 단위 농협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과 관련해선 연임을 위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회장 통치자금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연임 추진을 위해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현직 회장이 연임을 위해 선거에 출마할 경우 직무 대행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이기에 상주하면서 근무하지 않는다. 경영 등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난 2005년 정부는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농협중앙회장의 막대한 권한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를 각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자로 하고,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 의장 및 대외 업무의 대표 역할만 하도록 했다.
이 같은 이유로 회장이 연임함으로써 경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A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강호동 회장은 지난 7월 국회 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 셀프연임을 하지 않고 관련된 농협법 개정 추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연임 추진을 하는 것을 보면 (강 회장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올해 취임식을 가졌고 임기를 수행한 지 7개월 가량인데, 벌써 차기 회장을 욕심내는 것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B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농정협력위원회라는 것을 만들면서 국회 농해수위 의원들과 친분이 있을 법한 인물로 조직 구성원을 선발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지준섭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농협 내부의 사조직을 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