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융사의 핵심 인프라는 사람이다. 인성 중심 인재육성에 미래가 달렸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7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 사람이 미래다. 하나의 조직이 태풍과 맞서기 위해선 '리더' 역할을 하는 선장도 중요하지만 지시를 받아 선박의 방향을 조종하는 조타수도 꼭 필요한 존재다.
함 회장의 발언에는 고객 신뢰가 대전제로 깔려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을 끌어당기는 미덕을 금융인으로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은 인성이다.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사람됨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금융권 현실은 다르다. 소위 스펙만 좋은 사람들을 뽑아 놓았다. 고객 돈이나 훔치려는 인성에 문제 있는 인재들의 집합소가 ‘은행’이다. 인재(人材)들로 인해 인재(人災)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만 놓고 보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수년간 수백억에 달하는 고객 돈을 훔쳐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가 없다. 대대적인 ‘회견(會見)’을 바라는 게 아니다. 진심이 없다는 것이다. 딱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전직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에서 부당대출까지 받아 전직 우리은행 관계자가 구속수감 되기도 했다. 구제불능이라는 느낌이 든다. 전혀 과하지 않다.
사실 하나금융도 우리금융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2022년 취임한 함 회장 역시 온갖 풍파를 견뎌야 했다. 당시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시절 관여된 채용비리 재판과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근거 없는 음해와 억측에도 “순리대로”라는 말을 기자에게 했다.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본인의 위치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차기회장 선임 시기임에도 애정을 쏟는 하나금융의 미래만을 생각한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어렵더라도 반드시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배짱 두둑한 포부였다.
변화한 하나금융은 함 회장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순항 중이다. 숫자로 나타난 경영 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2조871억원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반기 기준 역대급 기록이다. 상반기 KB금융(2조7,700억원)과 신한금융(2조7,470억원)의 양강 체제를 위협하는 ‘다크호스(dark horse)’로 떠올랐다. 우리금융(1조7,554억원), NH농협금융(1조7,538억원)의 순이익을 앞선지는 오래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이익 품질’도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비(非)은행 이익기여도는 21.0%로 20%대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비은행 이익 기여도를 보면 2021년 31.8%로 최고를 기록했다가 2022년 17.3%에 이어 지난해 5.6%로 하락세였다. ‘함영주 매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하나금융의 올해 하반기는 해야 할 일이 많다. 평판 리스크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할 문제가 없는 만큼 함 회장을 수장으로 해서 향후 100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익 다각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진정되면, 결국 비은행 성과에 따라 성적표가 갈린다.
하나금융 임직원은 함 회장의 경영철학을 십분(十分) 이해해야 한다. 거대담론도 아니다. 고객이 없으면, 금융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고객의 신뢰가 하나금융을 향하게 하는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나이 지긋한 고객의 금융거래를 돕고 그 마음을 온전히 보듬는 것부터 시작이다. 단순히 눈앞에 이익을 위해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고객을 꼬드기는 것과는 다르다. 고객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조직원들의 인성인 것이다.
함 회장의 경영철학은 금융권의 최고경영자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화두다. 자성(自省)해야 한다. 고객입장에서 예치금을 관리해줄 금융사는 많다. 사라진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손해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함 회장의 경영철학이 주는 묘미(妙味)가 심금(心襟)에 와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