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지난 여름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온 국민이 경악했다. 안전한 친환경차로 소문난 전기차가 한순간에 재앙의 원흉으로 변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지하주차장에 전기차를 주차하지 말라는 같은 입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도 모자라 중고차 시장에는 전기차 물량이 물밀듯이 입고됐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도 전기차를 몇천만원짜리 장난감으로 치부하면서 구매 계약을 취소한 사례도 많아졌다.
정부는 즉각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안을 들고 나왔다.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다고 화재 사고가 안날 리가 없는데 일단은 어디서 만든 배터리인지 알고 싶은 소비자들의 지적 욕구는 충족된 셈이다. 배터리가 국산이냐 외산이냐, NCM(니켈·코발트·망간) 방식이냐 LFP(리튬·인산·철) 방식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덩달아 충전기 또한 구설수에 올랐다. 주차중에도 전기차가 불타지만 충전중에도 화재가 발생해서다. 배터리 과충전 시스템을 이미 구비했다는 제조사들도 속수무책이다. 기술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제조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는 중에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급감하고 있다. 2022년 70% 대비 2023년 30%로 하락했다. 전기차 전동화 전략이 무색할 정도다. 경영진은 앞다퉈 전기차 안전에 관한 투자와 기술 개발 적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화재 시 큰 금액으로 보상해주겠다는 당근도 제시했지만 소비자들은 꿈쩍을 안한다. 배터리 화재가 나면 열폭주 현상으로 최대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충격을 받고 악화되지만 충전 용량이 낮아 열폭주가 발생되지는 않는다. 반면 더운 날씨에 충전 용량이 높아지면 열폭주가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는 전기차를 타면서 하루하루 생명과 죽음을 경계로 걱정해야될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주인이 소유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차주가 전기차 차량 점검을 받았을 때 이상이 없었다면 제조사 결함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차주 또한 손해배상 등 법적인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차를 사서 타고 다닌 죄밖에 없는데 이제는 화재 피해 보상과 부상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운전자(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믿을만한 차량을 고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중고차 시장에 들어온 전기차들은 주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이 이런 일을 만들었나?
이는 전기차를 조금만 분석해보면 원인이 결코 차에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충전해야 움직인다. 내연기관을 전기모터가 대체한 것이다. 차의 기능과 기술적인 면을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것은 ‘충전’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유는 자명하다.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휴대폰을 충전할 때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물며 차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열이 발생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이 열은 어디로 가는가? 차량 내부 공기가 유일한 냉각제다. 또한 차를 타다 멈추고 주차를 해도 여전히 차체와 배터리는 뜨겁다.
다행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액침냉각 시제품을 선보였다. 제품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액침냉각 또한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문득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떠오른다. 정 회장의 “모든 어려운 일은 다 극복할 수 있다”는 명언은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대변해주고 있다.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불안에 떨고 있을 국민들에게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과 구성원들이 ‘안심’이라는 선물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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