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산업계 전반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갤럭시S24'가 ‘온디바이스 AI’로 AI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뒤이어 출시되고 있는 가전제품들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8월 수출은 579억달러(약 77조8,000억원)로 이 가운데 반도체는 119억달러(약 16조원)를 수출했다. 온디바이스 AI에 반도체가 필수로 쓰이는 만큼 글로벌 AI붐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AI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그 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는 2020년부터 시작한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1단계 사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달부터 AI 실증도시 실현을 목표로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 AI 클러스터에는 AI 연구개발을 위한 첨단 인프라와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 스타트업 등이 집중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달 초에는 광주를 지역구로 하는 조인철·민형배 더불어 민주당 의원 주재로 ‘광주 AI 실증밸리 확산사업을 통한 미래 발전전략 토론회’도 열렸다. 지난달에는 부산 기반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산을 반도체 특화 단지로 만들자는 취지다.
양 토론회가 지방에 클러스터를 조성해 인구 이탈을 막고 청년들을 유입하기 위한 취지라는 면에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연해 보인다. 다만 이미 AI 클러스터는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판교,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도로 용인과 평택에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적인 사고방식으로 광주와 부산에 AI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로 조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평택에 있는 반도체 기업들도 인재를 구하지 못해 그보다 위쪽인 용인 또는 서울에 사무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수의 제조사들도 세제 혜택 등의 이점으로 지방으로 공장을 옮겼지만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와 부산에 AI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들 훌륭한 인재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클러스터 조성에 사용된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될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와 반도체는 ‘바늘과 실’에 비유되곤 한다. AI는 하나의 단일 기술 또는 단일 분야가 아니라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들로 이뤄지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AI의 경쟁력은 컴퓨팅 인프라,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적자원에 의해 좌우된다. 또 AI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5G·6G 기술력과 연계돼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컴퓨터와 인터넷 사업의 중심지로 1950년대부터 스탠퍼드 대학과 인근 기업 간의 산학 협동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조성됐다. 국내 AI·반도체 클러스터도 '포퓰리즘'으로 인한 단기적인 조성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 인력 양성과 클러스터 조성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