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닭강정’ 안재홍 “영어 더빙 성우 '고백중 인증샷'...감사하고 재미있는 인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LTNS’, ‘멜로가 체질’, ‘쌈, 마이웨이’, ‘응답하라 1988’에서 개성 가득한 캐릭터 열연을 펼친 배우 안재홍.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 이어 ‘닭강정’을 통해 캐릭터 장인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다. 

안재홍은 이번 작품에서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사연 많은 노란 팬츠 고백중으로 분해 최선만(류승룡)의 딸 민아(김유정)를 짝사랑하는 순정남을 연기한다. 엉뚱하고 이상한데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고백중과 100% 싱크로율을 보이는 안재홍의 연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 자리에서 안재홍 배우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작품의 공개 소감을 듣고 싶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정말 본 적 없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구나 하는 상쾌함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대본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새롭고 맛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소중하게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매력적으로 끌림이 있었던 이야기였고 뭔가 좀 신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대본 자체가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작 웹툰을 재미 삼아서 좋은 게 있다면 참고를 할 마음으로 봤는데 고백중을 보면서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거구나하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저와 굉장히 흡사한 외모에 놀랐던 것은 숨길 수가 없었어요. 정말 저를 보고 그리신 건가 하는 그런 생각도 품었죠. 

원작 웹툰 작가님께서 PD님을 통해 저를 염두에 두고 그리지는 않으셨는데 이 시리즈를 보시고 깜짝 놀랐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무척 기뻤습니다. 캐릭터를 창조하신 원작 작가님께서도 놀랄 정도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가장 기쁘고 행복했어요.

대본을 보고 웹툰을 봤을 때 이 정도로  닮았다면 정말이지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실은 웹툰 원작으로 한 이야기가 많이 제작이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중요시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원작은 원작이고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님께서 재창조한 작품이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고백중만큼은 조금 염두에 뒀어요. 이왕 이렇게 닮았다면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죠. 일체성을 많이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스크걸’ 인터뷰 때 다음 작품은 싱크로율이 더 높다고 말씀드렸었어요. 그 다음 작품이 ‘닭강정’이었습니다.

Q. 해외판 외국어 더빙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호평 받고 있다. 알고 있는지.

들어봤는데 각국의 성우님들께서 고백중 고유의 톤을 어떻게 이렇게 잘 구현해주셨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스크걸’ 주오남을 더빙하셨던 많은 분이 이번 고백중 목소리 연기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성우분(브렌트 무카이)은 고백중 옷을 입고 이 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면서 인증샷을 올려주셨더라고요. 재미있는 인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이병헌 감독님은 안재홍 배우가 오히려 불쾌해 하거나 놀린다고 생각할지 몰라 캐스팅을 망설였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싱크로율에 대한 얘기는 저한테 따로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웃음) 감독님과는 전작을 같이 하기도 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게 잘 통해요. 크게 뭔가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이 웃기고 재밌는 편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잘 통하고 교감도 잘 됩니다.

그냥 연출자와 배우 사이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으로서 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감독님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또 그런 분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행운 같은 일이죠. 정말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시는구나했고 작품 속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Q. 독창적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다. 우려된 부분은 없었나.

호불호는 제가 느끼기엔 감사함 갖게 되는 반응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건강하고 다양한 얘기를 해주시는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수가 굉장히 호불호가 있는 식재료잖아요. 그렇지만 일단 저는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 맛은 다른 어떤 무언가로도 대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독보적이라는 건 매력 있고 끌림이 있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편입니다. 정말 작품 제목처럼 맛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Q. ‘닭강정’이 고수같은 작품이라는 비유는 앞서 류승룡 배우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위인전에 실릴만한 배우라는 칭찬도 있었다.

그래서 놀랐어요. 서로 얘기가 됐던 부분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기했습니다. 선배님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자웅동체라는 표현을 하셨죠. (웃음) 정말 그렇게 된 듯 했고 그 감정이 들어있었고 너무 좋았어요. 정말 진짜 같은 어떤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선배님과 함께 호흡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위인전 이야기는 대선배님께서 후배를 격려해주고 응원해 주시기 위해 칭찬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더 잘 하고 싶습니다. 류승룡 선배님처럼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정말 매 순간 진실되고 정말 살아있음을 표현하시려고 할 때, 그 순간을 옆에서 같이 나누면서 정말 존경심이 커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탁구공처럼 빠르게 오가는 순간 속에서 선배님이 신과 시퀀스를 조율하시는 기둥 같은 존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Q. 진짜 고백중인 것만 같은 진심 어린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셨다.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관객분들은 제가 진실할수록 웃으실거라고 믿고 있어요. 근데 그 순서가 바뀌어서 웃기기 위해 감정을 지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황당무계한 이 상황을 굳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닭강정을 진짜 민아라고 생각하고 애절함을 가득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면서 옆을 보면 류승룡 선배님은 눈물이 고여있어요. 더 깊게 몰입하신 거죠. (웃음) 선배님 덕분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경험이었고 그런 덕분에 시너지가 뿜어져 나온 게 아닐까 합니다. 

연습을 많이 하면 스파크가 있는 코미디가 증발될 수 있다는 생각을 선배님과 제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처음 감정을 아끼려고 했어요. 첫 테이크가 진행되었을 때 코미디가 생성 되는 그 소중한 순간을 잘 담고 싶었고 에너지를 잘 농축시키고 싶었던 거죠.

액션과 리액션이 나뉘지 않고 정말 그 상황 속에서 온전히 최선만과 고백중으로 같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정말 유기적으로 한몸이 돼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춤을 추면 선배님이 거기에 맞게 다른 동작으로 이 춤을 이어가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작업을 했어요. 후배로서는 너무 감사한 경험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Q. 안재홍 능욕 모욕 짤이 유명해졌다.

“넌 이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니까.” 이게 제 대사가 아닌데 외울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왔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기억 남는 게 지뢰밭이었어요. 어딜 봐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죠. (웃음)

홍차 역의 정호연 씨가 정말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등장과 동시에 그냥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능욕 장면 외 기억에 남는 웃겼던 장면이 있다면.

유인원 박사 역의 유승목 선배님과의 첫 대면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대본으로 애벌레로 2년을 살아왔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죠. 근데 웨이브를 준다는 건 대본에 없었어요. 선배님이 만들어 오신 부분인데 굉장히 고통스럽게 추셨어요. 난 추고 싶지 않은데 하는 바이브였죠. 그걸 처음 볼 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인가 했습니다. (웃음) 정말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그리고 백정닭강정 4인방은 같은 색감인 듯 디자인이 다르게 되어있어요. 4명이 몸을 푸는 그 순간 이미 너무 재미있었어요. 뒤엉켜 싸울 때 너무 진지해서 웃겼습니다.

Q. 탕수육 먹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는 탕수육 소스를 쳐버릴 정도로 취향이 확고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은 아닙니다. 저는 열려있습니다. 반 민초, 노 파인애플 피자, 부먹입니다. 저는 홍차 취향입니다. (웃음)

제가 민트 초코를 입에 물고 음미하는 장면 있잖아요. 그건 사실 먹기 싫어서였는데 촬영 감독님이 “너 진짜 대단하다. 안 먹으려고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하셔서 너무 웃겼죠.

Q. 노래도 독특하다.

지금 음원이 발표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백의 주문서’라는 노래를 항상 듣고 있습니다. 오묘한 무엇인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Q. 후시딘 장면은 애드리브였나.

다 대본이었습니다. 감독님은 후시딘과 마데카솔이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Q. 아이키 안무가에게 춤을 배운 이유는 무엇인가.

댄스가 강조된 작품은 아닌데 이상하지만 자꾸 보게 되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걸 단박에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백중이 춤추는 장면은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걸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안무가는 아이키님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진이 섭외해주셨어요. 흐물흐물 피어 올라오는 그런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Q. 이번 작품으로 3연속 은퇴설이 나오게 됐다. 

정말 이 캐릭터 구현을 위해서 정말 다 던지고 임했구나 하는 것에 대한 말씀과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느꼈을 때부터 너무 감사했죠. 최고의 칭찬처럼 느껴졌어요.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정말 마음을 다해 캐릭터를 구현해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Q. 신체 표현에 분장을 사용했다.

배 분장을 했던 장면도 있고 안 한 장면도 있습니다. 배에 쿠션을 넣어서 더 살집이 있는 캐릭터처럼 보이게 했고 옷도 사이즈를 크게 입었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몸에 맞는 옷을 입으면서 다양함을 주는 변주를 하려고 했습니다.

Q.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고 있는데 새로운 모습을 매 번 보여주고 싶기 때문인지.

독특하거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강박은 없어요. 사실적인 인물도 너무 공감 갈 수 있도록 그려내고 싶고요. 또 고백중처럼 만화적인 캐릭터를 그 세계관 안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인물 하나하나를 고유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Q. 평범한 캐릭터도 보고 싶다. 

캐릭터화되어 있는 어떤 작품 외에도 정말 일상적이고 정말 마음을 적시는 작품과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를 굳이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저는 없습니다. 다채로운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서정적인 톤의 작품에서는 그에 맞는 화법을 찾아서 잘 녹아들 수 있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시청자 의견을 보면 어떤 작품에서 독특한 캐릭터가 나오면 이건 안재홍 배우가 하면 어땠을까 하는 반응이 많다. 예를 들면 ‘살인자ㅇ난감’ 노빈 같은 캐릭터에 대해 그런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시청자 반응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듣고 싶다.

부담감은 없어요. 왜냐하면 아직 제가 해보지 못했던 작품과 장르가 너무 다양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보여드릴 캐릭터들을 잘 구현하고 잘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맡은 역할들을 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말씀해 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