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인데 내수용 작품?...한국 사람만 보는 건 아니야"

“'국뽕이 차오른다' 대사 한번 해보고 싶었다”

“솔선수범해 극 이끌어준 류승룡 배우에게 감사 문자 보내”

"안재홍 너무 높은 싱크로율에 오히려 캐스팅 고민...'기우'”

"숨겨둔 이스터 에그 없어...초등학생도 이해하도록 대사에 다 밝혀"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달성한 영화 '극한직업'을 비롯해 수작으로 평가받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까지 특유의 말맛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병헌 감독.

그가 이번에는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는 기발한 소재, 허를 찌르는 유머와 스릴러의 균형있는 조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으로 돌아왔다.

SR타임스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병헌 감독의 언론 인터뷰에 참석해 그가 전하는 작품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이번 작품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호불호에 대한 예상치가 있었습니다. 호불호가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 하고 있거든요. 반응들을 보면서 고민은 계속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에 간극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저는 제가 한 것 중에 굳이 따지자면 제일 좋아하는 게 ‘바람 바람 바람’인데 극장에서 되게 잘 되지 않았어요. 다행히 큰 손실은 없었지만, 그래서 이제 계속 그 안에서 아직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계속 고민을 하게 돼요.

Q. 이 작품의 선택 과정이 궁금하다.

제가 신인 감독들이랑 자기 오리지널로는 입봉하기 어려우니까 웹툰도 한번 보자 하고 열심히 찾아봤어요. 우리나라 제작자분들이 참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요. 남아있는 게 없더라고요. 근데 제작사에서 이거 ‘닭강정’이라는 건데 그냥 한번 보세요 하고 줬어요. 제가 되게 좋아할 것 같다면서요. 그게 약간 낚시였던 것 같긴 한데 거기에 걸려들었어요. 재밌더군요.

Q. 배우들이 익숙하게 자기 몫을 해냈다.

모든 배우들이 생각보다 진지했어요. 깊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건 배우분들도 대본을 보자마자 인지를 하셨죠. 원작 자체 톤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이런 코미디를 한 적도 없거니와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하는 거죠. 감독이라는 사람은 좀 만화적이고 연극적으로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하는 정도의 말만 했고요. 이걸 만들어가야 하니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되는 거죠. 

우리가 결과물로 봤을 때는 그냥 가벼운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작업한 사람 입장에선 전작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어려우니까요. 고민도 많이 했죠. '여기서 우리는 진짜 밀리면 죽는다. 절대 쫄면 안 된다. 근데 티나면 안 된다' 하고 굉장히 열심히 한 것 같아요.

Q. 가장 고심한 지점은 어떤 부분인가.

창고에 8명이 한 곳에 모였을 때 싸움이 시작되기 전 외계인의 미사일과 핵 부분에서 좀 현타가 왔습니다. 쓰기 전 제 머릿속에서는 이게 너무 재밌었어요. 혼자 웃었는데 막상 배우들과 영상화하려고 하니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거예요. 

막연한 생각을 실사화 하려니까 그 막연한 것들의 조립이 잘 안 되는 느낌이 있어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불발로 끝날 것 같은데 이미 배우들은 안무실까지 잡아서 연습하고 있었죠. 그때 이제 멈출 수가 없구나 생각하고 이걸 잘 만들고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론적으로 처음 생각했던 것을 복기했을 때 이건 재밌는 거고 나처럼 재밌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작업하자, 쫄지 말자 했어요.

Q. ‘멜로가 체질’의 여러 요소를 반복 사용한다.  

모두가 ‘멜로가 체질’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일말의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에 반대를 안 해주신 것 같아요. 저도 ‘멜로가 체질’에 대한 애정 표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제 보내줄 때가 된 작업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해봤습니다.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Q. 감독님이 하고 싶은 걸 다 한 작품이란 평이 있다.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느 정도의 용기도 필요했지만, 아낌없이 쏟아냈습니다. 

Q. ‘극한직업’, ‘왕좌의 게임’, ‘인터스텔라’ 등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혹시 넣고 싶은데 못 넣은 것이 있나. 특별히 신경 써서 작업한 패러디가 있다면.

런닝 타임이 그렇게 길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넣지는 않거든요. 어울려야 되고 장면 흐름과 맞아야 되니까요. 불필요하게 느껴지지 않게 계산을 해야 되기 때문에 넣고 싶은데 못 넣은 거는 없었습니다. 

‘인터스텔라’는 뜬금없이 배우가 힘들어야 했던 신이었죠. 와이어에 매달려야 되니까요. 패러디 장면인데 이렇게 긴 시간과 공을 들여서 찍는다니 하는 그런 정도인 것 같습니다.

Q. 각 에피소드가 30분 내외다. 이유가 있는지. 

길게 만들 자신은 일단 없었고 원작 자체가 그렇게 길지 않아요. 웹툰 치고 굉장히 짧은 분량이죠. 처음에는 2시간짜리 영화 제작도 생각 했었어요. 근데 코로나 전에 기획을 했던 거라OTT로 하게 되면서 제작자분들과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기로 논의한 끝에 그런 결정을 했습니다.

Q. 원작을 토대로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염두에 둔 지점이 있다면.

웹툰이 완결되기 전 드라마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후 이야기를 못 봤죠. 편견에 관한 이야기로 접근했는데 외계인이 등장하더군요. 중반부터 느슨해지는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서 주제를 확장시켜본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재미가 느껴지겠더군요. 이야기가 커지면서 오는 재미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고 여러 가지 퍼포먼스적 장르 혼합이 있더군요. 자유롭게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원작이었습니다. 원작의 재미와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재미를 고스란히 담아서 결과물을 내보자 생각했습니다.

Q. 언어유희가 중요한 작품인데 해외 공개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전작들도 그렇고 해외 관객들 반응을 체크를 하는 편이거든요. 비행기 타는 게 싫어서 영화제 가는 것도 싫어하는데 관객 반응 보러 갑니다. 코미디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데 특성상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OTT로 전 세계 공개되는 거라 반응이 궁금합니다. 근데 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따로 뭔가를 한 건 없어요. 원래 쓰던 언어, 방식을 가지고 얼마나 어필이 될 것인가 궁금증이 있는 것이지 (해외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무언가 따로 한 건 없습니다.

Q. 해외 시청자들을 위해 따로 뭔가 하지 않았다는 건 내수 스타일로 제작하셨다는 것 같다. 작품 안에 ‘인터스텔라’, ‘왕좌의 게임’, ‘맥가이버’ 패러디가 있어서 여기에 반응하는 해외 시청자도 있을 듯 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을 더 추가해서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하다.

내수용이라 생각을 했던 건 아닙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하는데 내수용이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한국 사람만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작들부터 다 체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코미디가 어느 정도 어필될까에 대해 궁금한 정도입니다. 

다음 작품은 다 정해져 있어서 미리 생각해둔 것은 없습니다. 조금 더 길게 보는거죠. 어쨌든 시장이 어떻게 확장이 되고 어떻게 어떻게 흘러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젊어서 조금 더 해보고 싶어서 체크하는 정도인 거죠. 흐름을 봐가면서요. 사실 저희가 해야되는 일이잖아요. 그 정도인 거죠.

Q. 혹시 이스터 에그를 숨겨 두신 것이 있나 궁금하다. 

저는 그런 게 없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숨기는 편이 아니거든요. 은유하거나 메타포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건 하는 사람이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엄마 아빠도 이해를 하길 원합니다. 물론 엄마 아빠도 이걸 보면서 힘들어 하십니다. (웃음) 초등학생에게도 내가 무슨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겠지? 하면 그건 알겠어!라는 말을 저는 들어야 하거든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대사로 이미 다 써놨습니다. 뭔가 숨겨둔 그런 것은 따로 없습니다.

Q. 류승룡, 안재홍 배우 캐스팅 이유가 궁금하다.

류승룡 배우에게 ‘극한직업’ 할때도 안 했던 감사 문자를 드렸어요. 연기 톤이 한참 올라가 있는데 본인이 먼저 해주시니까 다른 배우들도 따라가는 것이죠. 물론 이래도 되는 거냐?하고 갸우뚱하신 분들도 굉장이 많죠. (웃음) 그 배우들에게 용기를 주는 솔선수범 연기에 너무 감사드렸습니다. 이 극을 다 이끌고 나가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바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류승룡 배우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재홍 배우까지 스타일이 다른 천재들을 모아놨을 때 제가 굉장한 것을 하고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런 이유에서 류승룡 배우 말고는 사실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안재홍 배우는 사실 한창 예뻐지고 있는 배우에게 이걸 못 주겠다 했어요. (웃음) 불쾌해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죠. 너무 싱크로율이 높아서 놀리는 것 같아서 회의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죠. 근데 ‘마스크 걸’ 주오남을 보니까 괜한 고민이었던 거죠. (웃음) 안재홍 배우도 자기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웃음)

‘극한직업’은 시추에이션 코미디이고 ‘멜로가 체질’은 스탠딩 코미디인데 류승룡과 안재홍이라는 결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재미가 너무 기대됐었습니다.

Q. 한글을 찬양하는 대사가 있다. 그리고 욕 대사가 많이 나온다. 

지구에서 월등한 게 없나 생각하다가 한글이라는 아름다운 문자를 가지고 있는데 왜 욕을 할까 했죠. 그렇다면 외계인들이 한글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어요. 국뽕이 차오른다는 대사도 한번 해보고 싶었죠. 

제가 콘서트에 갔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욕 지옥에 빠진 적이 있는데 어지러웠습니다. 그 다음부터 욕을 안 하려고 했었어요. 이걸 외계인에게 대입해 욕 대사를 더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닭강정'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Q. 전체적으로 키치하고 웹툰 느낌이 나는 색감이다. 의도된 미장센인가.

미장센이든 연기든 다 만화적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컬러 배치하고 후반에 색보정도 했습니다. 외계를 표현하는 것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을 가져가야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Q. 특유의 대사를 좋아하는 팬이 많다. 대본 작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영화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온라인상의 재미있는 글도 많이 봅니다. 일단 제가 많이 씁니다. 많이 쓰고 수정하면서 걷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정이 생각보다 고단합니다. 막연함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 그걸 글로 옮기려고 하면 너무 어렵고 현타도 와요. 

실사화하면 그림이 아니라 사람이 연기하게 되니까 설득하는 지점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만화적으로 하는 게 우리 작품에 어울린다 생각했고 그래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Q. 영향을 많이 받은 장르가 있다면.

8살 때 본 ‘영웅본색’은 쇼크였습니다. 사춘기 때는 멜로, 군대 갔다온다음에는 블랙코미디에 빠졌어요. 어릴 때 채플린 비디오나 포스터만 봐도 설렜던 것 같습니다. 

Q. 차기작 준비 중이신데 김은숙 작가님과의 작업 소감은 어떠신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 초반인 상태라 말씀드릴 게 많지 않네요.

Q. 1화 시작할 때 "이상한데 자꾸 보게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작품을 마지막화까지 봐달라는 감독님의 속마음이 반영된 대사인가.

조금은 있습니다. 근데 제가 원작을 본 소감이기도 합니다. 이상한데 자꾸 보게 되고 다음 화를 계속 클릭하고 있더라고요. 웹툰을 한 번에 오래 못 보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더군요. 원작을 보고 나서의 제 소감이었어요.

Q. 마지막으로 '닭강정' 시청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끝까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하차하지 마시고 계속 보시면 할 말이 좀 더 많아질 겁니다. 런닝타임이 길지 않습니다. 한 3~4화까지 참아보시면 어떠실까 생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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