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기계 있다면 차은우가 되어 싶어”

”‘닭강정’ 일상의 고정관념 스트레스 디톡스, '홍익인간' 같은 작품“ 

”안재홍, 위인전 급 배우...지금까지는 '빙산의 일각' 보여준 것“

”BTS 춤 장면 욕 대사 “따라 할 뻔했네" 말한 기억도 없던 애드리브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으로 천만을 뛰어넘는 관객을 동원한 배우 류승룡.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디즈니+ '무빙'으로 글로벌 시청자까지 매혹시킨 그가 이병헌 감독과 손잡고 신계(鷄)념 코미디로 돌아와 웃음을 안긴다.

이번 작품에서 류승룡은 닭강정이 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테이큰‘의 리암 니슨급 부성애로 똘똘 뭉친 최선만의 모습을 특유의 코믹 연기로 완성해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류승룡 배우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Q. 전 세계에 공개됐다. 해외 시청자들은 어떤 매력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나.

예상하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진짜 요리를 잘 차려놓고 기다리는 그런 입장이죠. 넷플릭스를 통해서 ‘킹덤’이라는 작품으로 K좀비, K사극을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었죠. 이번 ‘닭강정’에서는 K푸드 레시피가 자세히 나옵니다. 자꾸 K가 붙는 게 좀 그렇지만 이 K스토리 이야기꾼들은 독특하고 해학이 있고 익살꾸러기죠. 또 그 안에 진지함도 있어요. 분명히 그런 면이 어필이 될 것 같습니다.

엉뚱한 코미디인 줄만 알았는데 끝까지 잘 보니 시공간을 벗어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구나 그리고 가족애, 인류애가 들어있구나하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Q. Z세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닭강정’처럼 유니크한 작품에 출연하시는 것은 도전 의식 때문인가.

그런 면이 있습니다. 클래식한 작품을 찍어 놓은 것들도 있고 앞으로는 악역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에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습니다. ‘닭강정’은 지금 놓치면 영영 못 할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닭강정' 류승룡. ⓒ류승룡 인스타그램
▲'닭강정' 류승룡. ⓒ류승룡 인스타그램

Q. 인스타그램에 ‘닭강정’ 관련 사진과 함께 20대 시절 사진을 올리셨는데 큰 화제다. 사진을 올리신 계기가 있다면.

홍보의 일환이었어요. (웃음) 다른 거 올렸을 때 별로 반응이 없는 거 알고 올렸죠. 어찌 됐건 출연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자극되면 좋잖아요. 유키즈 인터뷰하면서 옛날에 머리를 길렀다가 결혼식 때 잘랐다고 했더니 사진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보물같은 옛날 사진들이 있었어요. 

근데 이건 좀 더 지나면 분명히 AI합성 사진으로 여길게 분명하니까 지금 올려야겠다하고 신나서 올렸어요. (웃음) 

이 사진들의 비밀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올린 사진에서 4번째는 빨간 스웨터 입고 수염 기른 사진이 있잖아요. 사실 같은 날 수염 기른 얼굴로 먼저 찍고 옷 갈아입고 면도하면서 쫙 찍은 거죠. 나만 알지롱! (웃음)

Q. 처음 대본을 본 인상은 어땠나.

이미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병헌 감독에게 ‘닭강정’ 로그라인을 농담처럼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 농담인 줄 알고 한 귀로 흘렸었죠. 그런데 다시 제안이 왔고 실제 원작이 있는 건 그때서야 알았숩니다. 웹툰부터 봤는데 너무 신선했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저한테는 완전히 극호였고 설렜죠.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너무 궁금했어요.  

퍼즐을 맞추듯이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고 시나리오를 저도 모르게 읽고 있더라고요. ‘극한직업’도 그랬는데 대본 초독하면서 “지금까지 이런 말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처럼 이번에도 시나리오 보면서 그 운율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합을 맞췄는데 난이도는 훨씬 높았지만 더 수월하게 찍었었던 것 같습니다.

Q. 이 작품에서는 연극톤의 연기를 보여주셨다.

친근했습니다. 연극 배우들은 영상 매체로 넘어올 때 과장된 연기, 지나친 발성 등 연극톤 빼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대강당 뒤쪽까지 목소리와 동작이 보이고 들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났습니다. 원없이하는 쾌감이 있었고 시청자분들도 신선하다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던 분들이 아날로그 레코드를 신기해하는 것처럼 말이죠. 연극적인 톤이 새로운 트렌드나 기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준익 감독님이 전에 축구 경기를 할 때 관중들이 스타 플레이어를 보는 것 같지만 공을 따라간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어떤 작품을 볼 때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따라갈 것 같지만, 전체 이야기를 꿰뚫는 게 있다. 그러니까 그걸 놓치면 안 된다는 거죠. 

최선만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음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 ‘우아한 세계’ 송강호 선배 같은 거죠. 그래서 이 연기가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거라고 봐요. 딸만 생각하는 아빠는 과하게 액션할 수 있잖아요.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Q. 닭과 연관된 작품과 캐릭터로 연속 출연하고 있다.

그만큼 닭 소비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아플 때 닭죽 먹고 삼계탕도 먹고 월드컵 때도 항상 같이 있죠. 굉장히 밀접하고 친근하고 굉장히 이로운 ‘홍익인간’ 같은 게 닭입니다. (웃음) 우리나라에 닭이 없다고 생각해 봐요. 너무 삭막하잖아요. 너무 고맙죠.

Q.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인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진짜 취향 타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했죠. 전 극호입니다. 그런데 전 잔인한 걸 못 봐요. 그 작품이 안 좋아서가 아니죠. 취향인 거죠. 그리고 요즘 막 호르몬의 변화도 있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원래 제가 고수를 못 먹는데 용기내서 먹어봤는데 좋았어요. 지방을 낮추고 소화가 잘 되는 효능이 있다더군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 같아요. 진입장벽만 넘으면 중독성이 있습니다. 생각없이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약간 디톡스 되는 느낌이죠. 일상의 고정관념에 대한 디톡스가 있는 홍익인간 같은 작품입니다. (웃음) 

Q. 코미디 작품을 중단하신다고 하셨는데.

안 할거야! (웃음) 

이 독특한 장르가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입니다. ‘지구를 지켜라!’, ‘킬링 로맨스’ 같은 계보가 있는데 저는 두 작품 다 극호입니다. 결은 완전히 다른데 영화 ‘아마존 활명수’도 공개 예정입니다. 이제 코미디 안식년을 가지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류승룡이 웃기는 걸 다시 보고 싶다고 하실 때 짠하고 나타나려고 해요.

Q. 촬영 중 가장 웃겼던 장면이 있다면.

촬영하면서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온 장면이 있어요. BTS 장면에서 “X발, 따라 할 뻔했네‘는 애드리브였어요. 대본을 찾아보니까 없더군요. 그래서 너무 놀랐죠.

서로 쇼크였습니다. 유승목 배우님은 이제 따님이 시집 갈 때가 되셨는데 라바 연기를 하셨죠. 이 악 물고 슬픈 생각을 했습니다. (웃음)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넷플릭스

Q. 안재홍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안재홍 배우는 옛날에 태어났으면 위인전집에 나올 사람입니다. 너무 놀라운 배우죠. ‘도리화가’ 때 처음 만났는데 분량은 적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외국 명작 영화들을 싹 다 봤더군요. 이동휘 배우와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였죠. 완전히 영화광이에요. 잘 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딱 내재해 있는 배우입니다. ‘마스크걸’, ‘LTNS’ 다 좋았어요. `

근데 지금까지 한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요. 머리도 좋고 감각도 탁월해서 자기 해상도가 굉장히 밝은 친구입니다. 앞으로 뭘 해야 될지 명확하게 알고 고민하는 배우죠.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Q. 김유정 배우와 다시 재회했다.

너무 어릴 때 같이 해서 저와 연기했던 걸 기억을 못 하더군요. 그래도 중간에 같이 광고도 찍고 20년 가까이 봐왔기 때문에 편하게 재회했죠. 아역 배우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국민들이 자라온 과정을 다 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잘 자라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도 건강하고 얼굴도 너무 예쁘고 연기도 너무 잘하죠. 촬영 현장에서의 태도도 너무 좋습니다. 모든 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이병헌 감독님이 핵 장면에서 현타가 왔는데 배우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어떤 감독이었나.

진지한 감독입니다. 대본에는 핵을 한다고 만 써 있고 나머지는 배우들이 잘 구현해야 해요. 코를 벌렁거리고 어깨를 흔들고 하는 대본에 안 써있는 부분은 배우의 몫이죠. 감독님도 재미있었을 겁니다. 

현장이 정말 진지했어요. 웃음을 농축해서 휘발되지 않게 보물처럼 조심해서 다뤄야 하니까요. 가만히 있다가 BTS 춤, 사슴을 보여주니까 더 웃겼죠, 배우들은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Q. 변신할 수 있는 기계에 들어간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차은우! (웃음) 근데 제가 차은우가 돼서 최선만처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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