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공정보도감시재단 공동대표

▲박상영 공정보도감시재단 공동대표ⓒSR타임스
▲박상영 공정보도감시재단 공동대표ⓒSR타임스

"감정적인 단어와 자극적인 표현이 일반적"

[SRT(에스알 타임스) 조인숙 기자]  현대인들은 매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뉴스를 접한다. 한마디로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이처럼 매일 접하는 정보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공정과 윤리라는 덕목은 언론사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짜뉴스와 유사언론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등을 중심으로 언론의 기능회복을 위한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한언론인회가 공정보도감시재단을 발족해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유사언론행위를 차단하는 데 힘을 실었다. 

대한언론인회는 1977년 설립해 전·현직 언론인 600여명이 활동하는 비영리 공익법인. 공정보도감시재단 박상영 공동대표를 만나 향후 방향성을 들어봤다.

 

 

Q. 공정보도감시재단의 역할은 무엇인지... 

== 유사언론과 가짜뉴스의 척결을 통한 공정보도 실현을 목적으로 발족했다. 언론의 역할을 뒤로한 채 유사언론행위를 일삼는 매체를 선별하고, 참된 언론의 가치와 활동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공정, 자유, 정의, 신뢰, 연대라는 5대 핵심가치 아래 공정보도 생태계를 유도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회복을 통해 건강한 여론조성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Q. 조직구성과 앞으로 계획은...

== 저 외 원로언론인 두 분이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정치안보∙기업경제∙사회문화 등 3개의 상임위원회를 두고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쳐 노출되는 언론의 불공정 보도와 유사언론행위 감시활동을 진행한다. 제보나 사회적 이슈, 자체 활동으로 뉴스를 선별해 공정성 여부를 검토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보도와 언론윤리를 실천하는 매체의 선정과 학생, 일반인 대상 유사언론 및 가짜뉴스 선별교육도 구상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현황(2024년 3월 기준)ⓒSR타임스
▲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현황(2024년 3월 기준)ⓒSR타임스

 

Q. 유사언론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는가...

== 관련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심각하다. 그런데다 국내 언론사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9년~2023년)간 국내에 신규 등록한 언론사는 3,500여개다. 올 3월 기준 국내 언론사(잡지 등 기타 간행물 포함)는 총 2만3,150여개이며, 그중 인터넷 매체가 1만1,839개로 전체의 약 51%를 차지한다.

언론사가 많다고 문제는 아니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언론의 소명과 본연의 역할보다 가짜뉴스나 부정기사 보도를 통한 이익창출에 급급한 유사언론이 횡행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 부정보도를 예고하거나 인터넷상 악성기사를 노출한 후 광고나 협찬을 요구한다. 언론사 요청을 들어주면 보도하지 않기도 하고, 이미 노출된 뉴스를 없애주거나 전혀 다른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꿔준다. 불과 몇 명의 구성원이 언론사라는 틀 속에 왜곡과 과장, 가짜뉴스를 양산한다. 가족 몇 명이 운영하는 매체도 많다.

 

Q. 일반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 유사언론은 쉽게 설명하면 사이비언론이다. 유사언론은 겉으로는 일반언론과 비슷하지만, 본연의 사명이나 역할을 벗어나 편향 왜곡보도, 악성보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 유사언론사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부정보도 일색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것이 유사언론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유사언론은 악의적 보도를 빌미로 “기사를 내려줄 테니…”, “그런 보도를 하지 않을 테니…” 등의 전제를 제시하면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한다.

 

Q.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행태를 예로 든다면...

==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이런 매체가 유사언론이구나”를 쉽게 알 수 있다. 유사언론은 불분명한 출처를 그럴듯하게 객관적 자료인 것으로 포장하여 ▲낚시성 제목 ▲근거나 팩트체크 없이 자의적 해석 및 편집을 통해 특정 이슈나 숫자 부풀리기 ▲이미 보도된 내용이나 주제를 제목만 바꿔 새로운 뉴스로 포장하여 시리즈 보도 ▲내용과 관계없는 인물사진 노출 등을 통해 포털 노출과 클릭을 유도한다. ‘정신나간’, ‘미친’ 등 공정보도와는 거리가 있는 감정적인 표현과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나 사회의 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수익목적의 시상식, 세미나, 심포지엄, 포럼 등을 연중 끊임없이 개최하는 곳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사언론의 행태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극히 작은 일부가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뉴스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계층 간 극단적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면서 뉴스를 믿지 못하게 하는 독소로 작용한다.

 

Q. 심포지엄 등 언론사 행사의 경우 순기능도 있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많은 언론사들이 진행하는 분야별 포럼이나 심포지엄, 세미나 등은 유관산업을 발전시키는 순기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판적인 표현을 한다고 유사언론으로 덧씌워서는 안 된다. 비판적 시각은 언론이 가져야 할 핵심 요건이고 순기능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객관적 시각에 바탕을 둔 비판적 보도가 아니라,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자극적이고 비난적인 보도다.

 

Q. 유사언론의 또 다른 피해사례를 소개하면...

== 매년 수천 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유료회원제를 운영하는 매체가 악성, 왜곡기사를 보도한 후 정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면 회원가입을 강권하는 사례도 있다. 유사언론 관계자들끼리 단톡방을 개설해 삭제된 악성기사 내용과 대가로 받은 광고, 협찬비 규모를 공유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유사언론이 국민이나 독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나...

== 유사언론은 보도윤리나 공정보도라는 언론의 기본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국민이나 독자들은 보도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얻기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여론형성을 저해한다. 재계의 경우 일시적인 경영방침을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기업으로 매도해서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Q. 재단의 유사언론 판단기준과 대응 프로세스가 있다면...

==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악의적 표현이나 자의적 해석, 특정 이슈나 숫자 부풀리기, 유사주제 시리즈 부정보도,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통한 클릭유도, 단순 짜깁기 보도 등을 기준으로 심의한다. 세 분의 상임위원장과 소속 위원님들 모두 평생 언론계에 몸담아 온 원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불공정 보도나 유사언론행위로 판단되면 해당 언론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관련내용은 협회가 발간하는 ‘대한언론’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 중 한국 뉴스 신뢰도 조사결과ⓒSR타임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 중 한국 뉴스 신뢰도 조사결과ⓒSR타임스

 

Q. 공정한 언론 환경구축을 위한 당부가 있다면...

== 이제는 유용한 뉴스인지 아닌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유사언론을 선별할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28%로 조사대상 46개 국가 중에서 41위,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잊지 않고 묵묵히 소명을 다하는 기자들도 많다.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