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는 레퍼런스 삼지 않아...‘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미스 리틀 선샤인’ 영향“

”감독·각본 맡은 OTT 시리즈 연내 촬영 목표로 개발 중...코미디 코즈믹 호러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②편에 이은 김다민 감독 인터뷰입니다.)

Q.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령화, 사교육, 비교문화, 결혼·임신·출산 문제 등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민 이야기까지 나온다. 감독님께서는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사실 이민은 정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이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이나영(한은유) 같은 친구들도 있잖아요. 사교육과 목표 지향이 잘 맞고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추구하는 아이들은 분명 있죠. 문제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예요. 다른 걸 해야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는 아이들도 많은데 결국 부작용이 나타나는 걸 목격하게 되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제가 애니고를 나왔는데 공립학교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느낌의 학교거든요. 기숙사에 살고 교복도 안 입고 그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러다가 우리 3년 뒤에 다 백수되는 거 아니냐는 고민을 했었죠. 어떤 선택을 해도 사실 이 안에서는 어려워요. 이건 위에서 좀 바꿔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대학을 창의인재 전형으로 갔어요. 관계자분께서 교육 운동 차원에서 전형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대학교가 바뀌어도 그 윗단이 있으니까 변화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이 영화를 보면서 ‘미지와의 조우’, ‘E.T.’, ‘지구를 지켜라!’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 있다면.

정석적으로 이런 느낌을 가져와보자 하지는 않았어요. 보기에 가벼웠으면 했거든요. ‘E.T.’는 좋아하는 영화긴 한데 거기에 이 영화를 얹어도 될지 싶어 아닌 것 같고요. ‘지구를 지켜라!’는 시나리오 평가할 때 들었던 이야기죠. 엔딩이 ‘지구를 지켜라!’ 어린이 버전 같아서 언밸런스함이 좋다는 평도 있었어요. 

근데 오히려 제가 레퍼런스로 삼았던 영화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입니다. 말없는 주인공이라는 게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리고 가족 형태가 요지경인 느낌이죠. 그리고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나사 빠져있잖아요. 그게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SF적인 것은 맨 마지막에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SF 작품들은 레퍼런스가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히려 직전에 만든 작품들이 그런 작품들을 레퍼런스로 삼기는 했었어요. 

Q. 영화 후반부를 보면 소설 ‘유년기의 끝’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니체의 낙타, 사자, 어린이라는 인간 정신 3단계가 녹아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피드백 단계에서 꼭 읽어보라고 주셨던 건데 사실은 다 못 읽었어요. 뒤의 이야기를 제가 봤어야 했는데 말이죠. 근데 아마 훨씬 더 좋았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엔딩에서는 동춘이가 납득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제가 니체 철학은 만화로 배웠어요. (웃음) 그런 기조들은 비슷할 것 같아요. 다 영향을 받았겠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판씨네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판씨네마

Q. 영화를 다보고 나면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엔딩을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해피엔딩과 배드엔딩 모두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의 엔딩 의도는 무엇이었나.

복합적인 마음이 들길 바랐어요. 동춘이만을 생각했을 때는 해피 엔딩이 맞아요. 왜냐하면 끝없이 갖고 있었던 질문에 대해 드디어 납득할 만한 답을 들었기 때문이죠. 근데 영화 중간에 톤을 좀 바꿔보려고 했어요. 페르시아어 말하기 대회가 중간 정도되거든요. 이상한 모스부호들 나오는 것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뭔가를 계속 넣기는 했어요. 그래서 뒤에는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으면 했죠. 

일부 관객분들은 동춘이가 환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전 동춘은 환각을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진짜였다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Q. 준비 중인 차기작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살인자ㅇ난감’을 끝내고 지난해부터 각본과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아직은 기획개발단계인데 OTT 시리즈입니다. 각본을 쓰고 있는 작품이 있고, 또 각본은 이미 있고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시작될지는 모르겠네요.  코미디에 가까운 코즈믹 호러물 작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빠르면 올해 촬영이 들어갔으면 하고 있어요. 앞으로 안나푸르나쪽 작품도 할 계획입니다.

 

김다민 감독의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와 말하는 막걸리의 판타스틱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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