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작품 세계관의 모토”

“유흥가·학원가를 지나는 장면...동춘이 미래 모습 표현”

“엄마·삼촌의 모습이 미래일 수 있는 동춘 그리고 가족 딜레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①편에서 이어지는 김다민 감독 인터뷰입니다.)

Q. ‘살인자ㅇ난감’의 각본도 집필하셨는데 최우식 배우의 사족보행 장면은 감독님 아이디어로 알고 있다. 

‘살인자ㅇ난감’은 1부부터 8부까지 시나리오를 다 썼어요. 그걸 이창희 감독님이 각색해 연출고를 만드셨죠. 넣었지만 사라진 것도 있고 저의 가치관과 다른 장면들도 있지만 어차피 연출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사족보행은 초반에 반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안 한다고 하면 제가 보여드리겠다고 했죠. 재미있는 레퍼런스도 많이 보여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이탕(최우식)이라는 캐릭터는 저도 연관이 되어있는 지금의 20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디테일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음악 사용도 사실 시나리오 상에는 많았는데 음악 감독님이 새로이 다 만들어주셨어요. 

Q. ‘살인자ㅇ난감’은 5화부터 등장인물과 시점이 변화한다. 작품의 분기점이 되는 부분이다.

원작도 한번 시점이 바뀌기는 해요. 완전히 최경아(임세주)로 시작해서 뒤에는 송촌(이희준), 장난감(손석구)의 느낌으로 흘러가고 사이사이에 이탕이 계속 소멸해가죠.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야기가 많기는 했어요. 결국 질문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방향으로 가려면 이탕의 존재감이 너무 사라지지 않는 정도에서 계속 유지하고 달려갈 수 있는 건 달려가자고 했죠. 

최경아 이야기는 제가 쓴 버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사실 형사든 살인자든 다 양면성이 있어요. 그래서 원래는 최경아의 피해자적인 부분만을 강조한 건 아니었습니다. 경아도 그냥 하나의 인간이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그 이후에 화가 나서 하상민(노재원)을 죽이고 싶은 어떤 상황이 되기도 해요. 그 포인트들이 바뀌어서 누아르 장르 느낌으로 포커싱이 됐어요.

Q. 이번 작품과 ‘살인자ㅇ난감’의 비슷한 점은 전에 말씀하신 헛웃음 나는 코미디 외에도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왔다갔다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감독님 고유의 연출 스타일인가.

그런 점들이 좀 있어요. 현실 만 보여주는 것보다 한 번 이렇게 왔다 하면 진짜 동춘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진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Q. 학교 교실 벽에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라고 적혀있는데 의도된 부분인가. 

네 저희가 붙였습니다. 붙여놓고 저게 보이냐고 했거든요. (웃음) 격언이나 명언이 많잖아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이 영화 속 세계관의 모토이기 때문에 살짝 넣어봤어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동춘이의 믿음인거죠. 

Q. 막걸리는 아이들에겐 금지된 것이다. 소설에서는 동춘이가 스스로 마셔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막걸리와 아이의 조합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막걸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술이고 아이들에게는 금기죠. 소설에서는 그냥 어떤 호기심이었던 거예요. 술은 금지된 것이라 남에게 알릴 수 없고 나만 알아야 되는 거죠.

보통 유흥가와 학원가가 많이 붙어 있잖아요. 우리나라 골목 모습을 보면 애들은 애들대로 쏟아져 나와 다시 독서실이나 학원가는 무리가 있죠. 또 옆에는 대학생들이 술 먹고 있고 회식 끝난 아저씨들이 집에 가고 있거나 대리를 부르고 있어요. 그런 총체적인 상황이 안 봐도 뻔한 아이들의 미래, 동춘이의 미래처럼 그려졌으면 했어요. 그 거리를 동춘이 반대 방향으로 지나치고 있죠. 그런 것이 관객들에게 보였어야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Q. 수학여행 갈 때 배가 아닌 버스를 타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산문제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세월호 사건으로 가슴 아픈 사회적인 부분에서 빗겨나가고 싶었어요. 영화에 경쾌함을 주고 싶었으니까요.

Q. 아이들에게 “차에 타면 다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대사가 재미있다. 코미디라든지 선호하는 연출 장르가 있다면.

블랙코미디를 좋아해요. 헛웃음 코드를 좋아하는데 아직 박장대소하는 그런 감정은 아직 어렵더군요. 정교하지는 않는데 생각해보면 웃긴 개그가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근데 장르라는 게 어려워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도 장르가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하나 싶어요. 그래서 차라리 그게 특기인가 싶죠.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 게 제 색깔일까 하는 생각도 하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판씨네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판씨네마

Q. 자연인 삼촌 영진(김희원)은 소설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캐릭터고 동춘과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넣었습니다. 동춘이 입장에서 엄마, 아빠, 선생님 같은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극에 있는 사람을 경험하는 것이죠. 동춘이는 엄마도 안 닮고 아빠도 안 닮았는데 누굴 닮았을까 할 때 사실은 삼촌이랑 제일 닮았다는 걸 관객들만 알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동춘이는 엄마처럼도 될 수 있고 삼촌처럼도 될 수 있어라는 상황을 넣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작동할 때 사실 엄마 혜진이도 계속 동춘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일탈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삼촌이 등장했기 때문에 혜진이도 나사가 하나가 빠지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고 이걸 유기적으로 해보고 싶었죠. 돌연히 돌아온 오빠 때문에 혜진도 멍 때리고 있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해서 동춘이가 이 여정을 할 수 있었어요. 

저는 혜진도 영진도 둘 다 피해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영진 같은 경우는 뉘앙스로만 나오는데 어쨌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착해서 하라는 대로 하고 안 맞아도 열심히 했는데 기러기 아빠 생활도 하던 와중에 완전히 가족을 뒤로 하고는 혼자 방황을 하죠. 

결국, 이게 행복이냐 한다면 둘 다 물음표에 있는 상태인 거죠. 영진은 돌봄의 책임들을 혜진한테 떠 넘긴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혜진은 이걸 다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영진은 그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는 것이죠. 가족에 대한 딜레마를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