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임과 음악을 맞추는 연출...음악감독 아이디어”

“사회 비판보다 호기심에서 출발...답을 알아가고 싶은 여정”

“동춘이 영어 문제집 괴물 친구는 방어기재처럼 만들어낸 존재들”

"어릴 때 방송 출연 경험 소재로 독특한 오프닝 음악 연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김다민 감독은 청소년 시절 2009년 단편영화 '미열'로 제12회 한국청소년영화제 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두각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2020년 단편영화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로 제46회 보스턴SF영화제,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며 본격적으로 SF적 상상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2020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SF 단편소설을 앤솔러지 ‘영어로 뭐게요 대머리가’(2021, 아작)에 수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감독이 주민센터에서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들었던 경험에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왜 이러고 살고 있지?"라는 질문이 따라왔고, 그 질문을 모든 인물이 하는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탄생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필운동 판씨네마에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다민 감독을 만나 1대1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다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영화 속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와 다양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Q. 제목도 소재도 굉장히 독특하다. 막걸리, 페르시어, 모스부호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소재들이 모인 영화다. 이 이야기를 기획하게 된 시작점과 소재의 집합 지점이 있다면.

시작은 단순하게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연출부 하다가 작품 끝나고 쉴 때 구청 홈페이지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민센터나 평생학습관에서 수업 듣는 걸 원래 좋아했었고요. 그러다 2015년에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몇 개월 다녔었어요. 막걸리부터 시작해서 누룩도 만들고 숙성도 시키고 하는 중에 기포 올라오고 사이다 소리나 빗소리처럼 들리는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우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아이들 학원 버스가 서 있는 것 보고 이것도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이런 것들을 접점으로 해서 원리를 알아가는 식의 어떤 작품을 하나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죠. 

일단은 사회 비판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냥 진짜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약간 가정법처럼 만약에 하는 식으로 하다가 엔딩이 빨리 떠올라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 되겠다 했어요. 주변에 어린이들이 거의 없어서 저도 알아가면서 작업을 했어요.

Q. 사회비판적인 취지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밝히셨지만,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소설에서는 사교육에 대해 정밀하게 짜여진 테트리스라고 표현하셨다.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제목에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데 뭔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믿음이 되고 그것에 매몰되는 편이잖아요. 막걸리만 알고 있다는 거면 사실은 우리 모두가 모르는 거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알아내려고 하고 궁금해 하는 건 등장 인물 중에 유일하게 동춘이 뿐이죠. 답을 알아가고 싶은 여정을 시작하는 거죠.

Q. 박나은 배우는 원작소설 속 순박하고 여유있는 동춘의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완벽한 캐스팅이다.

동춘이 캐릭터를 처음 만들고 그림으로 그냥 심심해서 막 그리곤 했죠. 배우를 찾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동춘이 느낌의 아이는 없더라고요. 정말 연기를 잘하거나 예쁜 친구들은 많은데 뭔가 원했던 동춘이 캐릭터를 찾기는 어려웠어요. 오디션도 보고 학원을 통해서도 찾고 막판에 놓쳤던 프로필도 다시 보고 하던 중에 마지막 찬스처럼 찾았어요. 딱 이미 첫 인상에서 다들 저희 PD님도 그렇고 놀라는 분위기였어요. 나은이가 굉장히 동춘이스러운 면들이 있어요. 좋고 싫음에 대해서 되게 할 말만 하는 타입이에요. 동춘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죠.

Q. 박나은 배우의 연기는 평소 그대로의 연기인지 아니면 감독님의 의도된 디렉션인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화장실 앞에서 엄마가 동춘이에게 이인삼각 달리기라고 하면 동춘이는 그게 뭔지 몰라서 이인삼각 달리기? 라고 되묻잖아요. 근데 나은이는 진짜 이인삼각 달리기가 뭔지 몰랐던 거예요. 정말 몰라서 나오는 연기가 재밌더라고요. 그런 것을 있는 그대로 살려서 가려고 했습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김다민

Q. 엄마 혜진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사교육 관련 작품들에서 엄마가 악역이었어요. 맹목적 종교적 믿음처럼 사교육을 하고 있었죠. 빌런처럼 많이 그려졌는데 사실 엄마도 어떻게 보면 휘둘리는 여러 종잇장 중 하나예요. 이 맥락을 풀지 않고 그냥 마녀처럼 그려지죠. 거기서 벗어난 엄마를 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사실은 말이야“라는 말을 계속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은 모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고 동춘이 역시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 표정인 그런 구조를 가져가고 싶었어요.

Q. 동춘이 눈이 깜빡이는 것에 음악이 맞춰지는 부분이 재미있다.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음악 감독님이 맞춰주신 거예요. (웃음) 사실 음악까지 컨트롤 하지 않았어요. 음악 감독님이 약간 애를 써주셨죠. 이거 이렇게 가져가면 재밌겠다 하면서요. 뭔가 딱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집어넣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Q. 키즈 프로그램 오프닝처럼 시작하는 독특한 영화다. 문제집 캐릭터는 ‘인사이드 아웃’ 빙봉을 보는 것 같았다. 직접 디자인했나.

미술감독님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시나리오 초고일 때는 철수와 영희었거든요. 근데 이미 많이 사용된 거라 화면에 담았을 때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을 것 같았어요. 영화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털이 있고 키는 동춘이와 비슷했으면 좋겠다면서 괴물 모양 문제집 캐릭터를 만들자 했죠. 

이름이 ‘털북’이랑 ‘숭이’예요. (웃음) 영어 말하기 대회 트라우마 이후 머릿속에 상상의 친구처럼 생겨난 문제집 캐릭터들입니다. 이제 동춘이가 질문을 안 하는 대신에 계속 공상과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친구들인 거죠. 

학원 몽타주 장면에서는 동춘이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죠. 결국, 막걸리랑 전혀 다른 존재지만 방어기재처럼 만들어낸 친구들입니다. 적응을 잘못하는 동춘이가 이들에게 계속 어떻게 할까 물어보면서 다른 애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공고히 계속 만들어 왔어요. 결국 이별하게 되는 계기는 페르시아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정말 과몰입해서 해냈잖아요. 굉장히 큰 걸 한 번 넘은 것이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적응한 거죠. 조금은 빠른 이별이지만 그들은 이제 존재 의미가 없는 거죠. 

Q. 소설에서의 한 줄이 영화에서는 노래로 표현된다. 어른들조차도 답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메타포가 들어있는 노래다.

어린 동춘이에서 큰 동춘이까지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저비용 고효율의 방법을 찾고 있었고 시나리오에 작사를 먼저 해놨어요. 동춘이가 그동안 정말 많은 학원을 다녔고 체념했다는 걸 담고 싶었어요. 

제가 유치원 때 방송국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과 함께 체조 같은 걸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점처럼 나와서 이젠 찾을 수도 없겠지만 그런 기억이 있어서 이걸 가져오면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빨리 넘어가면서도 진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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