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태오. (2024.2.28.)ⓒ심우진 기자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태오. (2024.2.28.)ⓒ심우진 기자

셀린 송 감독 “감정이란 인생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바뀌는 것”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8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셀린 송 감독과 유태오 배우,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배급하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 2, 3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와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가 완벽한 케미스트리와 섬세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셀린 송 감독. (2024.2.28.)ⓒ심우진 기자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셀린 송 감독. (2024.2.28.)ⓒ심우진 기자

먼저 셀린 송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정말 영광이다. 특히 첫 영화 데뷔작이 노미네이트된 게 꿈같고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여러 가지 노하우와 자산을 가지고 어떻게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시장을 통해서 전 세계 관객들과 더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하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며 “A24와는 홍콩영화제에서 두 회사 간 상호보완적 협업에 대해 여러 가지 대화를 했다. 이 작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시아적인 정서, 한국적인 정서를 치열하게 관객들에게 전달코자 하는 작가적 치열함이 있다. 그런 시도가 눈에 들어왔고 한국 회사로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A24는 북미 시장에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의 힘으로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회사였고 CJ ENM은 아시아 중심 인프라와 여러 브랜드를 구축하던 회사다보니 양쪽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같이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 인연이라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해성과 나영의 관계가 딱 한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연이라는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연의 뜻을 아는 사람이 설명해줌으로써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은 의미를 알게 된다. 어느나라나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인연의 뜻을 알고 극장을 나오게 된다. 인연은 한국어지만 감정이나 느낌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전적 요소에 대해서는 “어느 날 밤 한국에서 놀러온 어린 시절 친구 그리고 남편과 같이 술을 마셨었다. 둘 사이에서 통역을 하다가 제 자신의 아이덴티티나 이야기의 한부분을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 느낌이 특별해서 한국적인 요소나 디테일한 부분에 농담을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 로케이션 조사에 대해서는 “양쪽 로케이션 매니저한테 부탁한 것은 진짜 뉴욕이면 뉴욕커, 서울이면 서울 사람을 찾고 싶다고 했다. 제가 로케이션 매니저한테 만약 끝나고 진짜 맛있게 먹고 싶으면 어딜 가고 싶냐 제가 물어봤더니 소주집을 데려가 주셨다. 보니까 완벽했고 거기서 찍었다”며 “해성의 군복무 신도 그 시절에 군대를 다녔던 스태프 정확하게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태오와 셀린 송 감독. (2024.2.28.)ⓒ심우진 기자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태오와 셀린 송 감독. (2024.2.28.)ⓒ심우진 기자

유태오는 “다국적인 뒷배경이 있겠지만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면 공통점을 항상 찾게 된다. 제가 해성에게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운명적으로 자기 상황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은 제가 15년 동안 무명 배우 생활을 보냈던 것에서 공통점으로 찾을 수 있었던 요소다. 뭔가를 바꾸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 한이 맺힌 감수성, 그걸 받아들여야하는 슬픔과 아픔이 같이 녹아들어서 멜랑콜리한 부분을 살린 것 같다”며 “감독님에게 연출 노트를 받아서 과한 부분을 덜고 힘을 빼고 드라이하게 하자는 디렉션을 많이 들어가면서 현장에서 같이 치고 받고 호흡을 잘 맞췄다”고 작품에서의 연기 주안점에 대해 설명했다.

셀린 송 감독은 그레타 리 배우의 캐스팅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그레타 리 배우는 오디션 영상을 몇백 개를 봤는데 그 중 가장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였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거의 3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가 가진 애틋한 감정에 대해서는 “감정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오버하지 않는 균형이 가장 중요했다”며 영상미에 대해서는 “영화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만들며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 같다. 이 데뷔작을 만들면서 어떻게 찍고 싶고 어떻게 얘기하고 싶었는지 어떤 영화를 찍고 싶었는지 배우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을 주로 다뤘던 기존 디아스포라 영화와는 달리 인연과 로맨스를 주요 소재로 사용한 점에 관해서는 “이 이야기는 이민자에 대한 얘기다. 이민의 기억이나 이사를 해 어딘가로 갔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12살이 아니게 된 부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시간이나 공간이 다른 곳으로 가는 과정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이민 경험이 있는 분들은 굉장히 직접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보신다. 그런 부분이 이 영화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그런 것에 대해서 느끼게 된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내 인생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바뀐다고 생각하며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답이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어디에서든 다들 보편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셀린 송 감독은 ‘넘버 3’, ‘하류인생’으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아버지의 나라에서 작품에 대한 인연을 만든 소감에 대해 “영화를 같이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았다. 제가 한국에 와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과 만나게 됐을 때 집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 부분이 너무 좋았고 그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왼쪽), 셀린 송 감독, 유태오. (2024.2.28.)ⓒ심우진 기자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왼쪽), 셀린 송 감독, 유태오. (2024.2.28.)ⓒ심우진 기자

셀린 송 감독은 마지막 장면의 연출의도에 대해서도 밝혔다. “마지막에 뉴욕 길거리를 걷는 것은 타임라인이라 생각하면 된다. 해성과 나영은 현재에서 과거로 걸어가는 것이다. 나영의 스커트를 보면 바람이 불어 그녀를 과거로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뒤돌아서서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떠나가는 차 안의 해성의 방향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쪽”이라며 “어린 시절 장면을 보면 나영이는 해성에게 기대어 잠들어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성은 혼자 돌아가지만 마음에는 어린 나영이가 같이 있는 것”이라고 중요하게 여긴 연출 지점에 대해 밝혔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인연’이라는 복잡 미묘한 개념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한 깊이 있는 각본으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라는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함께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오펜하이머' 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최근에 본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주저없이 '패스트 라이브즈 '를 꼽으며 “섬세하게 아름다운 영화”라고 극찬하는 등 전 세계 평단과 관객, 영화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전 세계 72관왕,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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