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으로 전라도 사투리 연기에 도전”

“몰입하지 않는 연기, 중립화 연기 스펙트럼 넓히는 데 큰 도움”

“고교 동문 박정민·조현철...언젠가는 함께 작품 할 것”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서현우 배우는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사철성 역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정직한 후보2’, ‘남산의 부장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악역부터 신스틸러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변화무쌍한 얼굴을 선보인 서현우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는 잔혹하면서도 위트있는 스나이퍼 성조로 분해 한계 없는 압도적 연기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서현우 배우를 만나 ‘킬러들의 쇼핑몰’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Q. 작품을 보시면서 본인의 연기를 어떻게 바라봤나.

정말 가슴을 졸이면서 봤어요. 직접적인 악당은 처음 해봤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이 작품 자체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영향을 끼칠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봤습니다. 8부까지 한 번 더 몰아봤을 때는 제 역할뿐만 아니라 전체 작품의 리듬이나 박자를 좀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께 연락드리고 재밌게 잘 봤다고 말씀드렸습니다.

Q. 설정상으로는 베일(조한선)이 최종 빌런인데 이번 시즌에서는 사실상 성조가 메인 빌런으로 활약한다. 캐릭터 빌드업과 연기에 중점을 둔 지점은 무엇인가.

일단 베일은 두목이잖아요. 제는 행동대장이죠. 이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근간이 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움직이고 실행할 수 있는 어떤 그 악의 축, 가장 큰 에너지가 뭘까 했죠. 근데 그게 베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힘이 돼 줄 수 있는 베일의 존재감에 관해 작품 준비할 때부터 조한선 선배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죠. 

너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베일이 너무 무섭게 나와서 저 정도 에너지라면 성조가 정말 꼼짝도 못 하고 실행할 수 있는 행동대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힘의 균형이 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성조는 무자비한 악당이면서도 약간의 위트감과 유머러스함이 공존한다고 생각했어요. 외형적으로는 금이빨이라는 설정을 틀어보려고 했죠. 기시감이 들 수 있으니까 윗니였던 걸 아랫니로 바꿔서 더 야만스럽게 보이려 했습니다. 근데 대본 리딩을 하니까 발음이 새는 거예요.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그 느낌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판단해주셨죠. 정말 느낌 살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분장팀에게 고마웠다는 얘기를 이 인터뷰를 통해 꼭 전하고 싶습니다.

Q. 성조는 기회를 봐서 베일을 죽일 수도 있지만 베일 편에 선다. 

성조는 고아 출신이라 외로움도 많고 굉장히 기회주의적인 면이 강해요. 성조에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합니다. 베일과 함께 있으면 적어도 죽지 않겠다는 게 대사로도 나오죠. 베일이 사이코패스적인 학살을 하지만 눈감아주는 건 FM적인 정진만(이동욱)보다 목숨 건사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베일 실종 후 바로 그의 시계를 차지하죠.

Q. 부산 출신인데 극 증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굉장히 잘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감독님께서 열어두고 선택의 기회를 주셨죠. 그래서 힘들면 경상도 말을 쓸 수도 있었어요. 근데 전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라 도전하고 싶어서 전라도 사투리를 고수했습니다. 사투리 선생님 피드백을 받았는데 대본은 좀 더 진한 전라도 말투였어요. 실제 전라도 지역에서는 그렇게 말을 진하게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트렌드에 맞게 순화시켰죠. 부산에 가면 “어서 오세요~ 롯데↗리아↘입니다”처럼 사투리가 섞인 이상한 표준어를 써요. (웃음) 

성조는 군대에서 사투리를 못 썼을 거예요. 그래서 군인 출신답게 진한 사투리를 순화시켰고 말 속도를 느리게 잡았어요. 지안(김혜준)을 대할 때는 어린아이를 다루듯 한 말투를 썼죠. 촬영하는 동안은 음악을 끊고 살았습니다. 녹음해둔 전라도 사투리와 제가 연습해둔 것을 계속 들었죠.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Q. 액션과 사격 연기는 어떻게 준비해 나갔나.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을 다녔는데 성조가 다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으로 잡았어요. 스나이퍼라서 기다릴 줄 알지만 적을 제압할 때는 일격필살 하는 습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피하고 구르는 연습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지러워서 구토도 많이 했죠. 함께 훈련하는 금해나 배우와 김혜준 배우도 어지러워하고 힘들어했는데 밝게 웃으면서 연습했습니다.

귀마개 없이 스나이퍼건을 쏴봤는데 고막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반동도 심했고요.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참고했는데 재미있는 건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 다르더군요. 그래서 승합차 안에서 저격하는 자세나 파지법에 대해서는 절충안으로 여러 가지를 넣었어요. 자세나 총기 다루는 것에 대해 일말의 논란도 없도록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Q. 시청자들을 잡아끈 이성조 캐릭터의 매력과 연기를 하면서 특별하게 느낀 지점이 있다면.

“성불하십시오”라는 말을 남발하잖아요. 이런 빼놓을 수 없는 위트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불하라는 말이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요. 입버릇처럼 어차피 우리는 지옥에 간다고요. 그런 말이 사실은 고독하게 느껴져요.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성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서 그 이상의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지안 가족에게 해를 끼친 장면을 찍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지안을 어떻게 봐야 하지? 하고 두근거림과 미안함이 생기더군요. 7, 8화를 배우들과 함께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뒤통수가 따가워서 보니까 김혜준 배우가 울고 있었어요. 성조 역을 하면서 희한한 감정을 많이 느꼈죠. 

Q. 감정을 분출하는 역할이다. 

저의 감정에 대해서는 연기할 때 항상 스스로 제동을 걸어요. 감정을 자제하고 정확한 행위를 보여주려고 하죠. 이번 작품 캐릭터를 준비하면서도 절대적으로 저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던 게 여기에 몰입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그래야 빌런 연기가 끝나고 중립적인 저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조한선 선배님이 베일 역을 연기하고 나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하셨을 때 저는 크게 공감했습니다. 옆에서 보면서 그런 부분을 면밀하게 콘트롤해야겠다고 다짐했죠.

Q. 이 작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모든 작품에서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몰입을 자제해왔나.

네 맞습니다. 저는 늘 그렇게 작업을 하는 타입입니다. 작품이 끝나면 다시 평범한 저 자신으로 돌아오려고 하죠. 그래서 성조를 연기하면서도 좀 아이러니하지만 잔인한 장면을 찍고 나서도 현장에서 굉장히 쾌활하게 움직였어요. 인물에 심취해서 억눌려 있고 들어가 있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는 경우를 경험하고 봐왔기 때문에 중립화된 상태를 유지하려 해요.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Q. ‘나의 아저씨’, ‘남산의 부장들’, ‘악의 꽃’, ‘헤어질 결심’ 등 작품마다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 스펙트럼 넓히는데 중립화가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중립화가 되고 나면 정말 원점의 저 자신으로 다시 돌아오곤 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일말의 어떤 남겨진 감정 요소들이 있어요. 찌꺼기라고 해야 할까요? 근데 그런 것들을 쉬는 동안 많이 해소하는 것 같고요. 중립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저한테 어떻게 살을 붙일지, 다음 작품의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을 할지 더 백지화되고 조금 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준비를 할 때는 배우가 어떤 작품을 만나고 캐릭터를 만나서 그걸 구축하고 준비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떤 연기 톤을 할지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설렘과 감정들이 중요해요. 사람이기에 연기를 하는 순간 감정이 없을 수는 없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관객들이 그 감정을 느낄까에 대해서 자꾸 집중하는 것 같아요.

마치 슬픈 노래를 부르는데 절대 그 가수가 울면서 부르지 않는 것처럼 저 자신이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리드 해 드리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는 게 캐릭터를 좀 다양하게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Q. 몰입하지 않는 연기의 모티브가 된 창구가 있다면.

연기를 접한 첫 창구는 연극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연기를 시작했었는데 감정과 충만함으로 연기를 하면 보시는 분들은 조금 과하게 느끼시더라고요. 그런 피드백을 연출하시는 분들, 동료 배우들에게 받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지금의 연기 지론을 갖게 됐습니다. 작품에 관객들이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 제 지분을 포기하는 게 어떨까 했죠. 

근데 이렇게 설명해 드리면 잘 설계된 과학적 연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는 굉장히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들이 있으므로 계속 생각을 해야 해요. 이런 식의 접근이 감독님들하고 참 잘 맞아요.

Q. 성조가 지안에게 진만은 나쁜 삼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을 때 납득했다. 시즌2가 전개된다면 조카 지안과 삼촌 진만의 대결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시즌2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 과거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성조 역도 맡고 있고 하니 저도 민폐 삼촌이란 생각을 해요. 지금 한창 학교 다니고 연애할 나이의 조카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웃음) 저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생각 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결국 지안을 자꾸 건드리는 행위였던 것 같네요.

Q. 이동욱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이동욱 배우는 정말 프로 중의 프로입니다. 약간 기분 좋은 거리감을 유지했거든요. 차가운 뱀파이어 느낌인데 촬영이 끝나면 정말 다정다감한 사람이에요. 찬물과 뜨거운 물이 공존하는 사람 같아요. 정말 매력적인 형이었습니다. 시즌2가 됐든 아니면 다른 작품에서든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습니다. 

Q. 박정민, 조현철 감독과는 고등학교 동문인데 함께 작업할 계획도 있을 법하다.

동문인 건 정말 뒤늦게 알게 됐어요. 제 고등학교 동창이 전화하더니 정말 너무 뿌듯하다는 거예요. 우리 학교 동문들이 활동을 너무 잘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누굴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었죠. 사립형 남자 고등학교라 전체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독특한 문화가 있었거든요. 정민이랑은 대학도 같이 다녔는데 뒤늦게 전화를 해서 알렸더니 다들 깜짝 놀랐어요.

‘헤어질 결심’ 때도 박정민 배우를 만나서 서로 부둥켜안고 너무 반가워했죠. 서로 계속 응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작품을 같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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