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최근 1년 새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 전용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6,00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3㎡당 1억원이 넘는 고분양가 단지도 나오는 등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약 수요자들에게 고금리 대출과 신규 분양가의 상승세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SR타임스는 전문가들을 통해 서울 아파트 고분양가의 원인과 올해 분양가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 3.3㎡ 평균 3,495만원

분양가 견인은 '금리', 건설 자재가격 상승 요인 커…PF 부실도 영향

"올 상반기까지 분양가 낮아질 요인 없어…금리인하·규제 완화 수반돼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분양가 상승에는 고금리와 건설 자재가격 상승이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늘어난 공사비가 분양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청약 수요자들은 당첨이 되고서도 중도금 마련이 어려워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는 한편, 얼마 남지 않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로 대거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

이같은 고분양가 기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상승 속도 대비 더딜 것으로 보고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고분양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가운데에도 서울은 대기 수요가 풍부해 부동산시장 침체와 분양가 상승으로 시세차익 등 청약 당첨 이점이 줄어도 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 전국서 가장 많이 올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1년 사이 190만원 오른 1,736만원을 기록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를 기준으로 보면 1년 사이 분양가가 6,463만원이 오른 셈이다. 

특히 전국에서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1년간 3.3㎡당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울이다. 지난해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3.3㎡당 분양가는 1,736만원인데 서울은 3,495만원을 기록해 전국 평균 대비 2배에 가까운 금액을 보였다.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 2022년 말(2,978만원) 기준으로 지난해 말까지 517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경기(442만원) ▲광주(348만원) ▲전남(281만원) 등 순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분양가 단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도 서울에서는 역대 최고 분양가 단지가 등장했다. 2024년 1월 분양에 나선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 의 3.3㎡당 분양가는 1억3,771만원으로 2015년 이후 3.3㎡당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단지도 3.3㎡당 6,381만원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초기 분양가가 높은 만큼 최근 청약단지에선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오는 3월 서울에 입주를 앞둔 A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12억7,000만원~13억8,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인근 구축 단지 거래가(12억3,000만원)와 차이가 적었던 만큼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말 197가구 1차 무순위 청약 당시 291명이 접수했으나 당첨자 중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하며 실제 계약은 39건만 이뤄졌다. 

◆고분양가 원인 금리가 주효…PF 부실도 영향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진 데는 금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지난 2년간 겪었던 물가 상승은 건설 공사의 핵심 자재인 철근, 시멘트 등 자재 가격을 끌어올렸고, 공사 제반비용이 올라간 만큼 분양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했다.  

분양가상한제 해지와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한 몫 했다. 서울에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분양가상한제가 해지되면서 인근 시세 대비 낮은 가격의 분양이 어려워졌고,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어려움을 겪으며 금융 부담이 늘어난 것 또한 분양가에 영향을 미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요인에 따라 공사 비용이 올랐고, 공사비가 늘어난 만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기 때문에 이는 결국 건설사의 PF 금융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도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서울 4개 지역만 남았고 대부분이 정비사업을 통한 일반분양이기 때문에 공사비, 금융비용 부담이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분양가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시장악화와 이에 영향을 주는 금리가 크다”며 "금리가 높으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커지기 때무에 수요가 떨어질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비사업의 경우는 당초 예정됐던 사업지 보다 최근에 사업이 시작된 곳에서 지난 2년 간의 물가상승이 반영됐기 때문에 분양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특히 핵심 자재라 할 수 있는 철근 가격 상승은 예상 공사비용 보다 큰 금액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 증액분은 일반 분양분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락 거래 나오는데 고분양가…서울, 대기수요 많아 미분양 우려는 적어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고분양가 추세가 동반되고 있다. 이에 청약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2단지 전용 49㎡은 지난달 4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 거래가격인 7억1,000만원 보다 2억6,000만원 낮아진 가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2차 아파트도 전용 160㎡ 매물이 52억원에 매매됐는데 이 단지는 직전 거래(2023년 7월) 가격이 65억원으로 13억원 낮은 가격에 계약됐다. 

이처럼 아파트 매매가격이 낮아지는 가운데 분양가가 높아지자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축소되는 만큼 청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엔 서울 민간 단지 최초 분양가가 기존 구축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 대비 낮은 가격에 형성됐는데 지난해부터는 이 격차를 줄인 모습"이라며 "최근엔 매매가격을 낮춰 거래되는 사례도 늘면서 신규 분양을 받아 주변 구축단지 시세 대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지역은 전반적으로 수요가 많아 청약 경쟁률 등이 높은 지역에 속하지만 서울 내에서도 규모가 작거나 비브랜드 단지에서 고분양가가 나오면 낮은 청약률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특히 서울,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잠재적인 주택수요가 지방보다 강하기 때문에 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비교적 적지만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낙관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며 "청약 수요자들도 고금리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을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분양 시장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올해도 고분양가 기조 유지 전망…분양가 하락은 '금리'·'규제'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높아진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지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대출, 세금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통상 대출 금리 인하 속도는 인상 속도 보다 느리고, 총선을 앞두고 있음에도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분양가 하락 요인을 올해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분양가 인상 요인 전반이 모두 분양가격에 반영 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건설사들도 분양 시기를 앞당겨 공급을 늘리기엔 망설여지는 시장"이라며 "분양가가 안정되기 위해선 금리가 내려가던가 정부의 금융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현재로썬 둘 다 파격적으로 완화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고분양가 기조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진 지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 단지별로 지역적 특성이 고려되기 때문에 신규 분양가가 매번 더 높게 책정되며 평균가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 랩장도 "현재 시장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시장이기 떄문에 여기에 물가가 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면 한동안 분양가가 낮아지는 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인허가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고분양가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분양가가 지난해부터 높아진 것은 맞지만 연내 평균 분양가격이 크게 뛰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 초 분양을 완료한 단지가 입지 장점 등 단지별 특성을 보유한 단지가 많았던 만큼 시장 전반에 대한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사 원가가 높아진만큼 분양가격에 반영이 되겠지만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감당 가능한 분양가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고분양가 단지들의 경우 입지적 장점이나 경쟁력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청약시장은 '각자도생'과 같다"며 "비싼 가격에 분양하더라도 교통, 학군 등 장점이 있으면 고분양가에도 경쟁이 생기겠으나 장점이 부족한 단지는 그만큼 분양가격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과거와 같이 집값이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면 수요자들도 높은 가격에라도 구매하기 위해 나서겠으나 시장 분위기는 이와 대비된다"며 "무리하게 주택을 구매하려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고분양가 추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분양을 완료한 포제스 한강 등과 같은 단지의 경우 영구 한강 조망 등 장점이 뚜렷했기 때문에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것"이라며 "같은 서울 내에서도 타 지역, 타 단지에서도 이처럼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또 "서울 내에서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청약 수요가 형성되고 과거 대비 신규 분양단지 분양가와 인근 단지 시세 차이가 줄었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분양가격 평균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을 목표하고 있는 청약 수요자들에게 공·경매 등 부동산 유통경로를 다양화하고 청약제도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도 유통경로가 다양하다. 청약 뿐 아니라 기존에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을 통한 내 집 마련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공·경매, 급매물 등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진입 가능한 경로를 살펴 기회를 다양하게 넓히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분양 물량이나 수도권 택지개발 등 분양가 대비 만족도가 높은 주택으로 눈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내 집 마련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청약인데, 다만 집값이 오르는 추세를 보고 뛰어든 영끌 청년들이 뼈아픈 경험을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며 "무리해서 시장에 뛰어드는 위험부담은 안지 않길 바라고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와 고금리 시기에는 시장을 천천히 지켜보면서 청약제도와 앞으로의 공공분양 물량 등 청약시장에 대한 파악을 면밀히 해 본인이 이용 가능한 정책적 지원도 활용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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