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 시장은 시기와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였다. 정부의 1·3 대책 발표 이후 3분기까지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은 고금리가 지속되자 다시 침체되는 모습이다. 공사비가 오른 만큼 치솟은 분양가에 수요자들은 입지 등 장점을 따져 청약에 나섰고 서울과 지방 분양시장 양극화가 뚜렷했다. 서울 고가지역과 중저가 지역에서는 거래량과 가격변동의 차이를 보였다. 또 지난해 말 수면 위에 오른 대규모 전세사기가 올해도 연달아 적발되며 기승을 부렸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회복되는 듯했으나 다시 침체되고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비수기 요인이 있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올해 하반기 월간 3,000건 이상 거래가 나오는 등 활기를 찾는 듯 보였지만 이마저도 예년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가 높아진 만큼 아파트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다. 이는 곧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높은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단지 옥석가리기가 심화됐다. 서울 분양시장은 훈풍이 불었지만 지방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수요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시장이 불확실해 매매에서 전세로 눈을 돌린 수요자가 늘었으나 대전과 수원 등 연달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수면에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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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연착륙 집중…전방위적 부동산 규제 완화

정부는 올해 1월 3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 ▲세금 ▲청약 ▲재건축 등 전방위적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2022년 하반기 금리 빅스텝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되자 연초부터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서울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지역의 규제 해제와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가 담겼다. 실거주 의무 기간과 전매제한 축소도 발표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와 9억원 이하 주택 구입에 저리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선 지난해 11월 첫째주(70.7) 이후 연말까지 60선에 머물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3월 넷째주에 70.6을 기록하며 20주 만에 70선을 회복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SR타임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SR타임스

◆서울에 쏠리는 청약…입지 따라 온도차

분양가가 올랐음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증가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28% 오른 10억3,481만원으로 10억원대를 돌파했다. 분양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규제 완화가 맞물리자 청약 기회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다만 지역과 단지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합격선은 지난해(40.9점) 보다 약 12점 오른 53점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서울 1순위 일반공급 대비 청약 1순위 경쟁률은 10대 1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58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또한 같은 기간 8대 1에서 14.3대 1로 경쟁률이 높아졌다. 반면 5대 광역시는 9대 1에서 6대 1로 하락했다. 


ⓒKBS뉴스화면 캡처
ⓒKBS뉴스화면 캡처

◆거래량 '상고하저'…매수심리 위축 여전

전국 주택가격이 3분기까지 완만한 상승을 그리며 시장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 나왔지만 예년 대비 부족한 거래량으로 시장 활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상반기에 회복세를 보이던 거래량은 4분기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이 1,000건을 밑돌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1월(1,412건)을 기점으로 우상향했다. 서울시 통계 기준 월별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161건에서 2월 2,454건으로 늘었고  4월(3,191건)부터 9월(3,372건)까지 3,000건 이상을 유지했다.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8월에는 3,870건의 거래가 성사된 바 있다. 이에 하반기 들어 거래가 늘었던 만큼 바닥론이 제기되던 주택 가격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들어 2,983건이 거래, 다시 3,000건 이하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1,792건을 기록하며 거래가 쪼그라들었다. 지난 9월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된데다 이자부담도 여전해 매수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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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얼어도 버티는 고가 아파트…중저가 지역은 하락  

서울 아파트 거래가 계절적 비수기와 금리 부담으로 다시 위축된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등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중저가 지역에선 몸값을 크게 낮춘 거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거래가 줄어도 하락거래 비중이 낮았다. 지역별로 3분기 대비 4분기 거래량 감소폭은 ▲서초(-69.9%) ▲서대문(-68.3%) ▲마포(-68.0%) ▲송파(-66.3%) ▲성동(-65.7%) ▲강남(-65.3%) 순으로 컸다. 주로 고가지역에서 거래 감소가 두드러졌다. 가격 회복이 빨랐던 데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진 탓이다. 다만 고가지역 아파트는 거래가 줄어도 가격은 더디게 빠지는 분위기다. 올해 3분기 대비 4분기 하락거래 비중은 ▲성동(52.6%) ▲마포(53.5%) ▲송파(53.6%) 순으로 낮았고, ▲도봉(72.5%) ▲강북(65.7%) ▲종로(63.2%) ▲동작(61.5%) ▲성북(61.0%) 등 순서로 높게 나타났다. 중저가 지역에서 더 큰 폭으로 가격 조정을 받으면서 고가 지역과 아파트값 격차가 벌어지는 분위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규모 전세사기 전국으로 확산…대책은 미비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에서 시작된 전세사기 피해가 올해 광주, 대전, 수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발각됐다.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내 전세사기 피해금액은 3,500억원에 달하고 경기도 수원에서 부부와 아들 등 일가족이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을 만드는 방법으로 벌인 전세사기 피해규모는 1,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피해 확산을 막겠다며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6개월마다 해당 특별법을 보완입법하겠다 했지만 여야 이견차로 개정이 불발됐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실효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책 중 하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과 매입임대 전환도 올해 11월 기준 1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 등이 피해대책위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해가구 중 정부의 지원대책을 받고 있는 비율은 17.5%에 수준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정부에 실효성 있는 특별법 개정과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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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70만 가구 공급…재건축초과이익환수·안전진단 부담 완화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7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그동안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었던 규제를 손질하고 민간 주택 공급이 활성화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올해 8월 16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공공택지 88만 가구 ▲정비사업 52만 가구 ▲민간 아파트 66만 가구 ▲공공 아파트 64만 가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수요가 많은 서울은 50만 가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158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대책에선 단순 주택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행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안전진단 규제도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충분한 주택공급으로 시장 집값 불안 우려를 낮추는 공급 시그널을 보낸 것은 긍정적"이라며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규제와 마지막 단추 역할을 하던 준공인가 시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규제가 모두 완화되며 재건축 사업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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