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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효력상실 급증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2배' 늘어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계약 해지 등의 사유로 가입자에게 되돌려준 보험금 규모가 35조원을 돌파했다. 규모로 보면 1년 새 1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생계형 보험 해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해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34조4,557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3,309억원) 보다 10조 이상 불어났다. 이는 전월(30조8,197억원) 대비로는 3조6,359억원 증가한 액수다. 3분기 해약환급금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많다.

보험사별로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7조7,38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4조336억원), 교보생명(3조9,229억원), NH농협생명(3조6,943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효력상실환급금 규모도 증가세다. 해당 환급금은 올해 3분기(누적기준) 1조2,1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새 29.2% 늘어난 액수다. 효력상실환급금은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내지 못하면 보험사가 해지 통보를 하면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이 같은 흐름은 고금리·고물가에 한계상황에 몰린 서민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서민 체감도가 높아 대표 먹거리 지표로 불리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3%, 외식 물가 상승률은 5.4%로 전체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향후다. 해약환급금과 효력상실환급금이 늘고 있는데 따른 보험사의 유동성 악화도 부가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에 맞춰 상응하는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상 급전이 필요할 때는 보험보단 예·적금 상품을 먼저 해지한다”며 “예·적금 해지는 이자 손해만 보면 되지만, 보험 해지는 원금이라 할 수 있는 보험료 손실까지 감수해야 해 최후의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약·효력상실환급금 증가했다는 것은 돈을 융통할 수단이 사라진 서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은행권으로부터 돈을 융통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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