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이정우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취임 후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진화된 고객가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해 고객가치 경영 토대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부진한 사업을 정비하고, 배터리·자동차 전장 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했다. 또 그는 최근 10년 후 LG그룹을 책임질 수 있는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 분야에 집중투자해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진화하는 '고객가치 경영'

구광모 회장은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경영을 맡게 됐다. 같은 해 6월 29일 취임한 구 회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이후 지난 5년간 이를 전파하고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을 지지하며 고객가치 경영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구 회장은 LG가 1990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뜻을 이어받아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현재 시점에 맞는 새로운 LG의 고객가치를 정의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경영철학을 취임 후 실천해 왔다. 그는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와 같이 최일선 고객접점 현장을 방문해 구성원들을 응원하고, LG의 혁신상인 LG 어워즈(Awards)는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남다른 혁신을 이룬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 회장은 해마다 발전되고 구체화된 신년사를 통해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LG가 나아갈 방향은 결국 ‘고객’에 있음을 강조하며, LG의 고객가치 실천 기준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 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그것.

구 회장은 2020년에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2022년에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이와 관련된 경영행보를 이어가자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LG그룹의 설명이다.

소속 조직, 보직에 무관하게 고객을 얘기하는 구성원들이 늘고 있고 구성원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감으로써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고객경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LG그룹은 전했다.

ⓒ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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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부진 사업 정비…배터리·전장 성과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만성 적자사업이었던 모바일, 태양광 등에서 손을 떼는 대신 인공지능과 배터리, 바이오, 전장 사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사업 체질을 바꿔왔다. 

LG는 2019년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2021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하며 사업을 정비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로 이어졌다. 이들 사업은 여전히 추가 투자 및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으며 점차 LG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이같은 사업 체질 개편의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LG그룹 7개 상장사(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지투알)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 늘었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전자, 통신, 화학 등 주력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LG가 그간 집중해 육성해온 배터리, 전장, OLED 등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해 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A·B·C’ 사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가 증가했고,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VS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10.4% 수준이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자동차 부품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전장화 트렌드 확대로 늘어나는 스크린 탑재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0인치 이상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86억달러에서 올해 9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사옥. ⓒSR타임스
▲서울 여의도 LG그룹 사옥. ⓒSR타임스

◆‘A·B·C’ 분야 투자 강화…미래준비 속도

구광모 회장은 ‘A·B·C’ 사업들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을 들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 연구 허브로 설립된 LG 인공지능 연구원,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이 한창인 충복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LG화학 연구개발(R&D) 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챙기고 있다.

LG그룹의 투자는 구 회장의 사업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LG그룹은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A·B·C’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한다. LG그룹은 올해 3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미래 투자계획을 밝혔다. 특히 LG그룹은 ‘A·B·C’ 등을 집중 육성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LG그룹은 2020년 설립한 LG 인공지능연구원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인공지능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거대 인공지능은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 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세포치료제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질환(비만,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혁신 신약은 비교적 개발 기간이 길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미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를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54조원의 국내 투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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