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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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과 아이유의 티키타카가 빛나는 희망 충전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쿨 러닝’(1993)이라는 영화가 있다. 육상선수인 주인공 데리스가 그만 불의의 사고로 서울 올림픽 선발전에서 떨어지자 불굴의 의지로 봅슬레이 팀을 꾸려 동계 올림픽 도전에 나선다는 내용.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웃지 못할 아이러니에 있다. 눈이라곤 구경조차 못해본 자메이카 청년들이 동계 스포츠인 봅슬레이 국가대표 팀를 결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각색은 했지만 분명한 실화 바탕 영화이며, 밑바닥부터 칼을 갈며 올라온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클리셰를 잘 활용하고 있다.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 코미디 영화는 ‘스포츠 정신의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멋진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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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쿨 러닝’ 같은 감동 실화 스포츠 영화가 붐이다. 권투 영화 ‘카운트’, 농구 영화 ‘리바운드’ 그리고 이번에는 축구 영화 ‘드림’이 26일 개봉했다. 모두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픽션에 애니메이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성공이 연이은 스포츠 영화 개봉의 발화점이 됐다. 

‘드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천만영화 ‘극한직업’을 세상에 내놓은 장본인이다. 그는 ‘극한직업’이 성공했기에 ‘드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 작품을 관객들에게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축구선수 홍대(박서준)는 논란의 중심에 선다. 지금까지 정말 아무도 보지 못했던 경기를 펼친 후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재능이 부족해 은퇴하겠다는 홍대를 소속사가 막아선다. 그리고 그의 이미지 세탁을 위한 선행 재능 기부라는 복귀 카드를 꺼내 든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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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단의 감독직을 맡게 된 홍대. 여기에 그 훈련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이소민 PD(아이유)가 등장한다. 갑자기 사회 경험 만랩의 1.5배속 대화로 치고 들어오는 소민에게 흠칫 놀라는 홍대.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른 상황. 홍대는 선발된 오합지졸 홈리스들의 면면을 보자 한숨만 나온다. 이들을 데리고 2개월 동안 훈련시켜 헝가리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시켜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당장 돈이 궁한 홍대는 차마 프로젝트를 거절하지 못 한다.

한편,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에 얄팍한 억지 감동 코드를 우겨넣어 예능 다큐로 만들려고 하는 소민. 그런 소민이 탐탁지 않은 홍대는 사기치지 말라며 버럭 화를 낸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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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글생글 넉살 좋게 웃기만 하던 소민의 표정이 갑자기 산전수전 다 겪은 쌈닭처럼 돌변하자 홍대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사실 학자금 대출로 인생이 정체되고, 열정페이로 현실 정글에 익숙해진 그녀에겐 카메라에 진심을 담다는 건 사치스러운 일. 소민은 그냥 그저그런 감동과 눈물의 내러티브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서로 윈윈하자고 말한다. 그녀의 현실 100% 반영 대사에는 단 한치의 틀림도 없었다. 

아주 완벽하게 설득당한 홍대는 사무국장 인국(허준석)과 함께 최고령 스트라이커 환동(김종수), 딸바보 효봉(고창석), 질투왕 범수(정승길), 슈팅머신 인선(이현우), 감성파 키퍼 문수(양현민), 신비주의자 영진(홍완표)을 국대선수로 키워 헝가리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의 전반에서는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주류에서 밀려나 꿈이 사라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여기서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 전개 방식이 곧잘 먹혀든다. 박서준과 아이유의 티키타카는 합이 좋다.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포인트가 꽤 있다. 

이후부터 중반까지는 홈리스 선수 한명 한명의 사연을 소개되고 각각 서사가 부여된다. 사무장인 인국은 살면서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말한다. 누구나 사회적인 안전망에서 벗어나 홈리스로 전락할 수 있는 예들이 나열된다. 이 부분부터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후반부 감동을 위한 빌드업 분량으로 이해한다면 감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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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담기 위해 각 인물들에게는 겹치지 않는 코미디 캐릭터 특성도 부여해 놨다. 스몰 토크같은 자잘한 에피소드들도 연달아 등장해 재미를 준다. 중반부까지는 코미디나 드라마 장면에서 큰 아쉬움은 없다. 

꿈도 희망도 없던 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삶의 목표와 동기를 부여 받아 변화하는 과정의 연출은 나쁘지 않다, 스토리에도 변화를 주고 위기와 갈등 요소가 고개를 내민다. 밋밋함을 상쇄하려는 부분에는 예상 가능한 클리셰 요소들이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밝고 희망찬 꿈을 그려내는데 필요한 연출일 듯 싶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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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공항에서 출발하는 부분까지는 무리 없는 연출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후에는 극 재미의 핵심인 박서준과 아이유의 존재가 약화 된다는 점과 함께 빈약한 프로덕션, 어색한 연출지점이 등장하며 아쉬움을 준다. 

후반부를 멋지게 장식해야 할 ‘졌지만 정말 잘 싸웠다‘는 스포츠 정신의 감동 함량이 부족한 것도 단점.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재치있는 대사와 유머 코드에서 역시 이병헌 감독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서준과 아이유의 케미 넘치는 연기와 코미디 연출에 주요 관전 포인트가 포진되어있는 작품이다.

▲드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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