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슬픔, 고통, 연약함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을 위한 다독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2001)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거울 속 외딴 성’은 170만 부 베스트셀러인 츠지무라 미즈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원작의 섬세한 문학성과 감정을 동요케 하는 하라 케이이치 감독만의 연출력이 만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는 이 작품은 현실과 이세계를 오가는 판타지 장르의 형태로 현실 속 청소년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코코로’(토우마 아미)는 기적을 꿈꾼다. 

자신에게 뭐든지 잘하는 멋진 전학생이 햇살 같은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꿈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시 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코로는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 없다며 체념한다. 

스크린에 비어있는 교실 책상이 클로즈업된다. 그녀의 자리다. 사실 코코로는 등교거부 학생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아 있던 코코로는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는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있는 외딴 성에 와있었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그곳에서 처음 만난 늑대 가면을 쓴 소녀, 자칭 ‘늑대님’(아시다 마나)은 코코로를 격하게 환영한다. 성에는 코코로 외에도 이미 6명의 또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늑대님은 아이들에게 성안 숨겨진 ‘소원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낸다면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한다. 대신 찾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로 정해져 있었다. 이 규칙을 어기면 커다란 늑대가 나타나 모두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무서운 보물찾기 벌칙도 알려준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길잃은 7명의 '빨간 모자' 코코로, 리온, 후카, 우레시노, 마사무네, 스바루 그리고 이노우에 아키코 중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열쇠는 다음 해 3월 30일까지 찾아내야 한다. 

처음에는 그다지 열쇠 찾기에 큰 관심이 없었던 코코로. 하지만 어떤 소원에 대한 열망이 생겨나자 스스로 성으로 가기 위해 거울 앞에 선다. 그런 코코로와 같은 마음으로 나머지 6명도 계속 거울의 성으로 찾아오게 되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며 동료애를 쌓아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 각자가 감추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영악한 동급생의 괴롭힘으로 스쿨 포비아를 겪는 코코로는 온순한 아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 토죠와도 사이가 멀어진 외톨이 코코로에게 미스터리한 외딴 성에서의 시간은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현실 도피의 공간이 되어준다.

내면부터 점점 의기소침해지며 고립되어가는 코코로에게 갈 곳이 생긴 것만으로도 응원의 마음이 생기는 부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성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을까. 이 연민과 공감점이 감정적 몰입감을 높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해자에 대한 복수 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점이 다른 학교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소재 드라마와는 다른 차별점이다. 혼자 이겨내기 벅찬 고통 속에 놓인 미성년의 약자들을 고전 동화 ‘빨간 모자’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양’에 빗대어 ‘복수’보다는 ‘잘 견디고 버텨 결국 훌륭한 어른이 됐다’라는 테마에 방점을 찍어 놓은 작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이 영화에서 거울의 성은 성장에 대한 가장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사용된다.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안의 세상. 그 안의 비밀스러운 성은 현실 도피 공간이지만, 성장이라는 미션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대안학교같은 장소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모두가 모험에 동참한다. 

그리고 어느새 소원보다는 함께 한 기억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지점에 이른다. 이 흐름에 ‘죽을 용기로, 죽을 힘으로 살라’는 무책임한 강요는 없다. 아이들은 오직 자유의지로 훌륭하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성장한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이 작품은 원작자인 츠지무라 미즈키가 담고자 했던 등교거부 학생들의 연대, 섬세한 감정선이 그대로 전해지도록 원작을 잘 살려 만들어졌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과 마찬가지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부분. 시작의 복선과 함께 마침내 마지막에 맞춰지는 이야기의 퍼즐 조각, 엔딩곡 ‘메리 고 라운드’까지 이어지는 감정 연출은 완벽하다.

‘거울 속 외딴 성’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슬픔, 고통, 연약함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향해 힘내라는 다독임을 전하는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다. 거울 속 성의 여덟 번째 초대 손님이 돼달라는 원작자의 당부를 몇 번이고 기꺼이 받아들일 만하다.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 ⓒ워터홀컴퍼니

◆ 제목: 거울 속 외딴 성

◆ 원작: 츠지무라 미즈키

◆ 감독: 하라 케이이치 

◆ 제작: A-1 Pictures 

◆ 수입/제공: 대교

◆ 배급: 워터홀컴퍼니

◆ 러닝타임: 116분

◆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 개봉: 2023년 4월 12일

◆ 스크린 리뷰 평점: 8/10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