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정착마을 '충광농원'을 찾은 최민호 시장이 주민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마스크를 벗고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SR타임스 
▲한센인 정착마을 '충광농원'을 찾은 최민호 시장이 주민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마스크를 벗고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SR타임스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아주 오랜 이야기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면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필자는 지금도 무성한 갈대숲, 철로 주변의 외진 곳에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충격적인 얘기를 들어서다. 아주 어려서 동네 어른들한테 들은 얘기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문둥병’ 환자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한센병이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나병’, ‘문둥병’ 등으로 불렸다. 오죽했으면 ‘어린아이 간 빼먹기’라는 괴담까지 나돌았다.

국내 한센인 정착마을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황무지나 갯벌, 임야 등을 개간하기 위해 한센인들을 정착시켰다.

충청권 유일의 한센인 정착마을 ‘충광농원‘ 역시 50년여 동안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애초에는 충북 청원군에서 세종시로 편입, 세종시 부강면 등곡3리가 행정 주소다.

이들은 반세기 동안 기업형 축산단지로 확장한 대규모 축사단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4일 최민호 세종시장의 ’1박2일‘에서 알려진 이들의 삶의 현주소는 이랬다.

이날 오후 최 시장과 가진 대화에서 이 마을 박행남 이장은 ’마을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한센인 자녀 100여 명의 자녀가 출산해 현재 14명이 외지에서 출퇴근 농장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30~40대 자녀들이 일반사회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가장 큰 원인은 한센인들에 향한 ’편견‘때문”이라고 했다.

마을 대표로 꾸려진 대표단의 간담회 요지는 이렇다. 등곡리에서 정착 마을이 조성된 이후 전업형 축산이 시작됐다. 정착 마을의 삶을 지탱했던 양계장 등은 2000년대 들어서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형 축산의 출현, 시장 개방, 가축전염병 등이 4회 휩쓸며 초토화되는 등 삶은 고단해 졌다. 고령화의 여파로 정착마을 내 노동력이 줄어드는 등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7년여 동안 이곳에 살면서 아파트 1채 값을 날렸다. 더욱 두려운 것은 평생을 일궈온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일터”라며 탄식했다.

이들의 더 큰 고민은 2, 3세의 장래다. 이들은 ‘충광농원’의 울타리 밖으로 세상으로 나왔지만, 사회는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배운 게 축산업뿐”이어서 직업변경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더욱 옥죄는 사연도 있다. 축사 폐수의 정화처리 문제다. 충광농원은 지역 하천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악취와 오‧폐수를 발생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같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센인 정착마을 충광농원, 반세기 동안 누구 하나 가슴을 열고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외면당한 이들 삶이다.

이날 최 시장은 이들에게 당부한 것이 인상적이다. “제가 시장이 됐다 해서 모든 걸 다 들어드리고 해결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제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마을 전체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모아주면 앞으로 나 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즉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 시장이 시민들과 소통을 위해 구상한 ‘1박 2일’의 첫 번째 방문지 ‘충광농원’.

“방역을 위해 그리고 냄새 때문에 썼던 마스크를 그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일부러 벗었다”는 최 시장. 세심한 배려에서 그의 따뜻함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대에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목민관 상(像)이다.

어둡고 추운 긴 터널을 그렇게 운명처럼 삶을 영위한 그들, 더 낮고 외면당한 둥지. 그곳에 따뜻한 봄기운이 깃든 ‘1박 2일’의 선물이 찾아 든 것이다.

이날 1시간 30분여 대화에서 주민들 분위기는 어느덧 밝아지는 듯 보였다. 반세기 만에 찾아와 어루만진 목민관에 향해 진정을 보였다.

“시장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높은 분이 한 번도 마을을 찾아온 적이 없었는데…시장님이 찾아오실 거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말씀을 나누니 정말 고맙습니다” 충광농원의 겨울밤 이야기꽃  서사시(敍事詩)는 계속해 써 내려갈 것이다.

▲서중권 충청권 총괄본부장
▲서중권 충청권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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