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 세종시의회 본회의장. 여느 의사 진행과 달리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 소속 박란희 제1부의장이 의장석에 앉아 지휘봉을 잡았다. 상병헌 의장이 본회의 제척 대상으로 참석하지 못해 박 부의장이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날 참석 인원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등 모두 17명. 제척 대상인 민주당 상 의장을 비롯해 같은 당 유인호 의원과 국힘 김광운 의원 등 3명은 참석에서 제외됐다.
박 부의장의 진행으로 국힘 이소희 의원이 상 의장의 불신임안 본회 일정 제안설정 설명에 이어 표결에 들어갔다. 제8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정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6표, 반대 11표로 부결됐다. 회의장 벽면에 걸린 전광판에는 부결 표결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병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은 또 무산됐고, 상 의장은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국힘 세종시당은 곧바로 논평을 냈다. “세종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시의회와 세종시민들의 얼굴에 먹칠했다"며 "오늘은 세종시의회의 명예가 실추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 의장의 동료 성추행 논란으로 인한 세종시의회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9월부터 상 의장 징계를 둘러싼 여야 대치상황은 한마디로 추태다. 그해 9월 25일 열렸던 과정을 재조명해보자.
이날 의원총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윤리위 징계 논의를 하지 않아 국힘 한쪽만 개최했다. "같은 당 동료 감싸기"란 지적과 “민의를 저버린 무책임한 의회”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렇게 양당이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6개월여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상 의장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동료 성추행 상대자로 지목된 유인호 의원의 발언으로 '일파만파(一波萬波)'된 이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상 의장은 ‘쌍방추행’ 카드로 맞불을 놨다. 상 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사람이 노리는 의장을 하는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라고 올렸다.
그러자 상대자 유 의원은 “상 의장의 쌍방 성추행이란 말은 거짓이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코스프레다”고 반격했다.
이렇게 양쪽 주장이 대립,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는 듯했으나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그동안 침묵했던 국힘 김광운 의원(원내대표)이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사건 당일 상 의장은 자신에게 다가와 껴안고 입을 맞추는 행위를 해 깜짝 놀라 밀어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상 의장은 입장을 내지 않아 또 다른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상 의장의 불신임안 표결이 부결된 지난 9일 “뻔한 결과”라며 “이번 임시회는 물론 3월에 있을 임시회에서도 불신임안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 자신이 피해자인 것과 관련해 “저한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시민이 다 보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됐는데 이거를 그냥 같은 민주당 의원이라서 묵인하고 있다. 이것은 저에 대한 2차 가해고 또한, 민주당 유인호 의원한테도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세종시민한테 염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피해자가 되려 시민들에게 사과한 셈이다. 때문에 "상 의장이 참 뻔뻔하다"는 시민들 질타 수위는 더 높아질 분위기다. 민주당의 ‘동료 감싸기’와 ‘무책임 의회’ 등 사상 초유의 사태는 지속하는 모양새다.
동료 성추행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상 의장은 시민들께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 의혹을 남기지 말라. 그 다음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더는 자신의 성추행 사건을 쌍방이나 음모론 등 물타기로 시민들을 호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성추행 파문으로 추락한 세종시의회를 더는 훼손하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