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이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종시
▲최민호 세종시장이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종시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지난 18일 세종시청 5층 대회의실. 흰색 테이블의 꽃장식이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차려진 다과, 한쪽에는 달콤한 와인도 준비돼 있었다. 여느 호텔의 만찬장에 초대받은 분위기다.

연단 쪽 벽면에는 ‘세종특별자치시-언론인 2023 설맞이 덕담회’를 알리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새해맞이 최민호 세종시장이 준비한 언론인과의 대화장소다.

사회자의 시청 간부들 인사소개에 이어 최 시장의 덕담으로 이어졌다. 최 시장은 “올해는 '울트라 세종'을 목표로 정했다"면서 "세종을 뛰어넘는 제2의 세종, 서울 버금가는 광역단체로 도약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늘만큼은 정책에 대한 분석이나 비판 없이 동심동덕(同心同德)으로,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참 오래간만에 대접을 받는다, 신년 간담회에 이 같은 자리와 분위기는 처음"이라는 호평을 냈다.

필자는 가끔 암울했던 국내 언론의 환경을 회상해본다. 1980년대 제5공화국 시절 이른바 ‘허문도법’을 단행하면서 비판 언론을 ‘통폐합’으로 옥좼다.

그 시절, 필자는 최루탄의 공포를 견디며 서울역 지하철 등 현장을 을 누볐다, 자유를 사수하려는 투사들의 현장을 기록했다. 군사정권의 최후역사를 똑똑히 지켜봤다. 지금도 메케한 최루탄의 냄새와 숙소까지 찾아와 신분증을 요구하는 군정부의 고압적 자세를 잊지 못한다.

2000년대 초,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좌를 거머쥔다. 기적 같은 승리의 주역에는 신생 언론이 있었다. 인터넷 매체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 계기는 기자실 폐쇄라는 또 다른 언론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그 무렵, 이춘희 전 시장은 2012년 세종시를 이전하면서 시청 내 ‘기자실’ 운영과 관련해 특정 기자들 모임(기자단, 기자협회)에 대한 ‘가드라인’을 도입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최 시장은 출입 언론인들과 기녕촬영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 붉은 넥타이가 최 시장. ⓒ이정식 작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최 시장은 출입 언론인들과 기녕촬영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 붉은 넥타이가 최 시장. ⓒ이정식 작가

요약하면 난립하는 출입 기자의 품의를 위해 5대 범죄자에게는 출입허용을 금지하는 ‘룰’을 시행했다.

당시 시는 특정 언론사를 위한 16개의 부수를 설치, ‘기자실’ 팻말을 붙여 운영했다. 하지만 ‘기자실’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언론인들이 다중 이용할 수 있는 ‘브리핑룸’을 함께 준비했지만 기자 간 편 가르기의 갈등은 갈수록 심각했다.

충남 연기군 시절 20여 명의 언론이 출입하던 것이 현재 200여 개 언론사, 300여 명의 기자가 등록돼 있다. 자연스럽게 언론사 모임 단체인 ‘기자협회, ’기자단‘ 외에 또 몇 개의 그룹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기자실’ 출입을 놓고 기자들 간 ‘이전투구’ 현상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사태도 심심치 않았다.

오래된 얘기다.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브리핑 도중 기자실 간사가 취재 중인 ‘오마이뉴스’기자를 내쫓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나가라’는 말만 듣고 쫓겨났다”고 분개했다.

세종시에서도 이와 똑같은 사태가 발생해 기자들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반목을 넘어 ‘증오’를 낳는 심각한 처지로 이어졌다. 여기다 브리핑 도중 이춘희 전 시장은 ‘기자실’의 폐해를 묻는 기자에게 “방해되니 나가 달라!”고 말해 얼룩진 현주소를 대변했다.

충남의 한 지역에서 ‘기자실’ 독점운영에 분노한 한 기자가 기자실 출입문에 대못을 박은 사건 등 ‘기자실’ 은 영욕(榮辱)의 굴레를 오간 역사를 기록했다.

시대착오적인 세종시 ‘기자실’이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제2 기자실’을 운영하면서 출입 기자 간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균형 잡힌 행정편의 또한, 갈등을 잠재우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들과 함께 건배하는 최 시장. ⓒ이정식 작가
▲기자들과 함께 건배하는 최 시장. ⓒ이정식 작가

이 같은 역사 속에서 최 시장의 신년 ‘세종시 언론 덕담회’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심동덕’이 주는 상징적 울림은 닫힌 마음을 움직였다.

역시 최민호 시장은 생각과 품은 마음이 크다. 갈등과 편협, 독점, 폐쇄 등으로 얼룩진 과거‘기자실’을 청산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몇 년 전 브리핑에서 기자에게 “나가 달라”며 흥분하며 손짓했던 그 시장과 ‘동심동덕’으로 새해를 여는 두 지도자의 표정이 ‘오버랩’ 되는 새해 벽두다.

이날 필자는 기자협회장의 자격으로 기자단 회장과 따뜻한 악수로 화답했다. 서로의 인사는 “올해엔 자주 만납시다”였다.

▲충청권 서중권 총괄본부장
▲충청권 서중권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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