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윤건영 충북교육감, 황영호 충북도의장, 김영환 충북지사(왼쪽부터)가 한복을 입고 충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충북도의회
▲지난 12일 윤건영 충북교육감, 황영호 충북도의장, 김영환 충북지사(왼쪽부터)가 한복을 입고 충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충북도의회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가는 님은 밉상(想)이요, 오는 님은 곱상(想)이다.‘

말려도 뿌리치고 가는 님은 미워도 기다리던 끝에 오는 님은 반갑다는 속담이다. 새해 벽두부터 ’밉상‘과 ’곱상‘이 오가며 장안의 화두로 시끌벅적하다.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순박한 우리네 따뜻한 감성이 깃들여 있다. 애정이 못내 싫다고 뿌리치고 떠난 친구, 친구가 돌아오자 얼싸안고 반긴 포옹.

김영환 충북지사가 ‘세종 밉상’ 발언을 사과한 것에 대해 최민호 세종시장이 “충청권 전체가 화합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지사가 ‘밉상’ 발언한 지 5일 만에 ‘전화위복’의 계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강력한 파열음이 일단은 진정국면으로, ‘상생·화해’ 무드로 접어든 모양새다.

KTX세종역 신설을 둘러싸고 지역 간 첨예한 마찰이 재현되는 듯 긴장감이 돌았다. 자칫 해묵은 지역 감정싸움의 도화선으로 번질 위기에 처해 있던 찰나.

김 지사의 ‘밉상’이 ‘곱상’으로 돌아왔다.

김 지사는 지난 11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충청지역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최민호 시장님과 세종시민은 ‘국민 곱상’이다.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사과 발언 배경에 “세종에는 대통령집무실, 국회 분원, 산하기관이 가는데 우리 충북에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구나 하는 섭섭한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사과하는 것도 큰 용기다. 우리 충청이 더 협력하고 서로 도와주는 계기로 삼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김 지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충청권이 하나가 되어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도 성공시키고 현안도 서로 대화하면서 풀어나갈 것”이라며 “충청은 원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다. 더구나 김 지사는 여느 자리도 아니고 충청지역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란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말하자면 공식적인 사과다.

여론은 “이번의 김 지사 사과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시·도 행정구역을 넘어 충청권 전체를 위해 다행한 일”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민호  시장은 12일 특별히,시청 기자실을 방문 “충청은 원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서중권 기자 
▲최민호  시장은 12일 특별히,시청 기자실을 방문 “충청은 원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서중권 기자 

필자의 생각도 같다. 김 지사가 “세종에는 대통령집무실, 국회 분원 등이 가는데 우리 충북에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구나 하는 섭섭한 생각”과 관련해서는 참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생각이다.

충북도를 책임지고 있는 도백으로서 그의 속내를 탓하기보다는, 섭섭할 수 있겠다는 공감이 간다. 일 욕심이 많은 솔직한 도백의 하소연쯤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나아가 이번을 계기로 상생을 위한 공조로 다져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사과(謝過)는 단순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도다. 사과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 기(氣)가 사람과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연료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사과는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매체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KTX 세종역 신설 추진은 10여 년째 충북-세종 간 다툼과 반목으로 평행선을 그은 것은 사실이다. 상충 된 이해나 셈법까지 마무리되기까지는 넘겨야 할 산이 많다.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양 지휘관들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최 시장은 12일 특별히, 긴급히 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속내를 털어놨다. “충청은 원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자꾸만 오송역, 세종역 나눠보지 말고 큰 그림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세종이 제2의 수도, 실질적인 수도로 갈 때 관문 공항이 굉장히 필요하다. 우리가 어느 공항을 이용하겠나? 청주공항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 시장은 “그래서 저는 청주공항을 우리 충청권의 관문 공항으로서 키워야 된다. 청주공항을 키우려는 충북도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계묘년 벽두 민선 8기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원년, ‘곱상’을 품은 ‘동심동덕’의 큰뜻을 품고 함께 펼쳐나가야 할 때다.

오매불망하던 충청인들의 꿈, 반드시 이뤄질 것을 시민들은 염원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